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는 13세 소년 모셴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바이올린을 연습한다.
별거 아닌 일 같아 보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아프간에서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통치하던 지난 1996~2001년 음악이 아예 금지됐다.
탈레반이 엄격한 이슬람 신앙을 뿌리내리고자 아프간의 음악문화를 탄압하면서 음악인들은 얻어맞았고, 악기들은 가차없이 폐기됐다. 탈레반이 몰락하고서도 생사가 오가는 전쟁통에 음악이 부활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음악 없는 '고요한' 아프간에 2010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호주에서 음악을 공부한 한 아프간인이 카불에 자그마한 무료 음악 학교 '아프간 국립 음악 협회'를 세우면서부터다.
학교가 생기면서 거리 아이들의 손에는 악기가 들렸고,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여자 아이들에게는 학습 공간이 마련됐다.
전체 학생 141명 가운데 3분의 1이 여학생들이며, 절반은 보육원 출신이거나 갈곳 없이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이다. 학교는 출신 지역이나 부족에 차별을 두지 않고 학생들을 받았다.
이처럼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존재만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이 학교에서 '아프간 청년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윌리엄하비는 "모든 인간이 음악인이 되고, 그들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할 권리를 지켜주는것이 음악인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만연한 보수적 이슬람 문화, 주둔 미군 철수라는 여러 불안요인 속에서도 학교는 야심 찬 꿈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 11년간 학교를 운영하는 데는 총 1천300만달러(약 140억원)의 거금이 든다. 다행히 미국을 포함한 6개국 대사관과 독일문화원, 영국문화원, 아프간 교육부 등이 학교를 후원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48명은 최근 공연을 위해 13일간의 미국 견학을 떠났다.
학생들은 국무부, 이탈리아 대사관, 세계은행 등에서 감동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특히 일류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와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행운도 얻었다.
행사 조직위는 이번 공연이 폭력과 비극으로 얼룩진 아프간에 매우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학교 창립자인 아흐마드 살마스트는 "아프간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평화와 안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