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배신자·민주당원" 비난에 "할 일 했을 뿐" 반박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미국 공화당이 내부에서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자중지란'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유독 한 인물에 집중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밋 롬니 지지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허리케인 '샌디' 대처 능력을 칭찬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비난을 쏟아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찬양' 발언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의 발단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대표적 '오바마 저격수'로 꼽히는 크리스티는 지난달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허리케인 대응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나는 어제만 3차례나 대통령과 얘기했고, 대통령은 어젯밤 정오께 전화를 걸어와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또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고, 그의 행정부는 우리와 훌륭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뉴저지를 방문했을 때는 대통령 전용 '마린 원' 헬기를 함께 타고 샌디 피해 지역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같은 초당적 행보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평가받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크리스티의 이런 예상치 못한 행위는 샌디가 대선 막판 중대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나와 선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패배 후 폭스뉴스의 방송진행자 빌 오라일리와 보수논객 러시 림보는 '바보' 혹은 '배신자'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크리스티를 공격했다.

또 다른 극우 논객 로라 인그레이엄은 "크리스티가 어느 순간 민주당원이 됐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비꼬았고, 딕 모리스는 크리스티가 롬니의 대통령이 될 기회를 앗아갔다고 비난했다.

롬니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은 "크리스티의 발언 때문에 우리가 4~5%포인트의 지지율을 잃었고 오바마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후원자는 과거부터 존재한 롬니와 크리스티의 간극이 이번 발언으로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는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선정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롬니 진영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크리스티의 기조연설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크리스티가 롬니를 치켜세우기보다는 자기 이야기에 너무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이날 뉴저지주 하비 시더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이 오바마의 승리를 도왔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티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나는 언제나 사실만을 말한다. 미국 대통령이 일을 잘했다면 나는 그가 잘했다고 인정하고 칭찬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나는 롬니를 인정한 첫 주지사였고, 그를 위해 수만 마일의 장거리를 기꺼이 이동했으며 수천만달러의 선거자금도 모았다"며 "내가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을 비롯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대선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 롬니는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공화당 주지사들이 미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그럴 뜻이 없다"며 "뉴저지 주지사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이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