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생태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시드니대학 조슈아 시너(Joshua Cinner·사진) 지구과학부 교수는 금정산국립공원의 보전과 이용에 관해 나아갈 방향을 묻자 이같이 강조했다. 해양보호구역과 생물다양성 보전, 인간 행동과 환경 관리의 관계를 연구해 온 그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의 관리 방식이 보전 성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시너 교수는 부산처럼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국립공원에서는 탐방객의 이용을 특정 구역에 집중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국립공원이 탐방로를 넓히거나 내구성 높은 재료를 사용해 방문객이 자연을 쉽게 경험하면서도 생태계 훼손은 최소화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출입 통제보다는 탐방객의 이동을 적절히 유도하는 시설 투자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시민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핵심 과제다. 시너 교수는 사람들의 행동이 주변의 사회적 규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에 따르면 전체 구성원의 약 25%가 조건 없이 규칙을 지키는 집단일 때 다른 사람들도 이를 수용하고 따르기 시작한다”며 “국립공원 관리 당국은 규칙을 지키는 행동이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규칙을 만드는 과정의 공정성과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공정하다고 느끼고 의견이 반영된 규칙을 더 잘 따른다”며 탐방로 개선 우선순위 등을 시민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주민이 국립공원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너 교수는 금정산국립공원의 우선 과제로 ▷자연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접근성 개선 ▷주민이 주인의식을 느끼는 의사결정 구조 ▷자발적 보전 행동을 유도하는 사회적 규범 형성을 꼽았다. 그는 “금정산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국립공원 전체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