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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부산에 살어리랏다…신(新)청산별곡 <1> 외지서 온 청년들 목소리

  • 이병욱 junny97@kookje.co.kr 정지윤 강지원 기자
  •  |   입력 : 2026-10-11 19:30:09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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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및 수도권을 향한 청년들의 ‘탈 지방’ 행렬 속에서도, 누군가는 역으로 바다를 품은 부산을 인생의 정착지로 택했다. 일자리를 찾아, 혹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산에 스며든 이들에게 부산은 이제 ‘삶의 터전’ 그 이상이다. 타지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부산에 뿌리를 내린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책과 부산의 모습을 통해 부산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짚어본다.


■BNK금융그룹 기범석 대리

- “입사 초기 연고 없어 불편, 정착 지원 플랫폼 마련을”

BNK 기범석 대리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특유의 복잡한 길도 이제는 어엿한 부산 사람이 돼 베테랑 운전자처럼 능숙하게 다닙니다.”

BNK금융그룹 디지털금융개발부 기범석(33) 대리는 이제 스스로를 ‘부산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서울에서 태어난 기 대리는 2020년 BNK금융그룹에 입사하며 부산에 정착했다. 현재는 모바일 뱅킹 등 금융 서비스 앱 개발에 매진한다.

처음부터 부산 정착하는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이 가장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마음 편한 만남부터 업계 트렌드 등 유익한 정보를 나누거나, 운동을 함께할 동료를 찾고 싶어도 처음에는 연고가 없다 보니 쉽지 않았다”며 “회사 동기와 선배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교류할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앱 개발자인 기 대리는 정착 청년을 위한 플랫폼을 제안한다. 그는 “생활·여가 문화 등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신청할 수 있는 정착 지원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며 “단순 초기 정착 지원을 넘어 자기계발·전문성 강화 등 지속적 성장을 돕는 전략적 지원이 이뤄지면 중장기 정착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 대리는 부산 정착 청년을 늘리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그는 “청년들이 경력을 쌓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토대”라며 “부산은 이미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매력이 가득한 도시이기에 양질의 일자리로 청년 유입과 안정적 정착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예탁결제원 한아람 차장

- “무뚝뚝한 사투리 속 情 물씬, 광안대교 출퇴근 풍광 시원”

예탁원 한아람 차장
“매일 광안대교를 건너 출퇴근하는데 차창 밖으로 탁 트인 바다와 넓은 시야가 펼쳐질 때마다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한국예탁결제원 글로벌시장1부 한아람(37) 차장은 부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때마다 정착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 차장은 예탁원이 부산으로 이전한 2014년에 입사한 ‘이전 1세대’다. 올해로 12년 차를 맞은 그는 글로벌 펀드 투자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다만 처음부터 부산 정착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충남 금산군에서 태어나 대전과 서울에서 생활한 한 차장은 가족과 친구 모두 다른 지역에 있어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한 차장은 “처음에는 경상도 사투리의 강한 억양이 무뚝뚝하거나 직설적으로 느껴졌다. ‘치아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기억이 난다”며 “이제는 딱딱한 말투 속 부산 사람 특유의 따뜻한 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웃었다.

어느 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한 차장은 부산은 아이를 키우기에 매력적인 도시라고 느낀다. 한 차장은 “주말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다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축제가 계절마다 펼쳐져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며 “일과 삶, 자연이 가까이 어우러져 있는 게 부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어 “주변에 타지에서 혼자 살다가 부산에서 가정을 이뤄 완전히 안착하는 지인이 많다. 단발성이나 단순 지원을 넘어 아이 키우기 좋은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주는 것이 가장 와 닿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송태정 대리

- “맞벌이 부부 돌봄공백 우려, 육아휴직 급여·기간 확대를”

HUG 송태정 대리
“복잡하고 빠른 서울과 달리 부산은 도시의 편리함을 갖췄으면서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대보증처 송태정(27) 대리는 올해 부산으로 이주하며 삶의 여유를 찾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입사 이후에도 줄곧 서울에서 살아온 송 대리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출퇴근 시간이 짧아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며 “주말이면 가까운 바다와 산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좋은 배우자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려가는 ‘제2의 고향’ 부산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서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덜한 것은 맞지만, 전월세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 송 대리는 “부산에 정착하는 청년을 늘리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보통 신혼부부는 전세, 1인 가구 청년은 월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 전월세 비용이 빠르게 올라 초기 정착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송 대리는 수년 내 자녀 계획이 있어 ‘돌봄 공백’도 걱정이다. 지역적 연고를 떠나 타지에서 살다보면 가족 생애주기를 거칠 때마다 종종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는 “맞벌이 부부에다 양가 부모님 모두 다른 지역에 계신다”며 “육아 지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 부담이 크다. 정착 청년이 결혼과 출산 이후까지 안정적으로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급여와 기간을 확대해 금전적 고민을 덜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 이정규 사무관

- “부산 생활환경 세종比 양호, 제2 고향서 딸 행복한 양육”

해수부 이정규 사무관
“불가피하게 내려오게 됐지만 부산 생활의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이정규(34) 해양수산부 항만물류산업과 사무관은 해수부 부산 이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다른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케이스다. 서울 토박이로 2019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줄곧 국토부에서 근무한 그는 해수부에서 일하는 아내(33), 30개월 된 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지난해 12월 해수부로 소속 부처를 옮겼다. 이 사무관은 “해수부 전입 첫날부터 집은 물론 사무실 이사 준비까지 해야 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사무관 가족은 세종에 있던 집을 임대하고, 부산 동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과거 여행으로 찾은 부산의 인상은 무척 좋았습니다. 그런데 생활을 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처음엔 잘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1년 가까이 부산에서 지내면서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사무관은 부산 생활 전반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부산은 세종보다 물가도 싸고, 편의시설이나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기혼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녀 교육 문제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딸이 아직 어려 당장 닥친 일은 아니지만 부산의 교육 환경은 세종보다는 훨씬 낫다”며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딸을 잘 키우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립부경대 졸업반 권순호

- “다양한 직무기회 확대 기대”

부경대학생 권순호
“라이프스타일만 보면 부산을 떠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첫 직장을 구하는 신입 입장에선 ‘커리어’라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국립부경대 냉동공조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권순호(25) 씨는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강원대를 거쳐 부경대로 편입했다. 군을 전역한 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하며 정밀한 열·온습도 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그는 냉동공조 분야에서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지닌 부경대의 문을 두드렸다. “제2 도시에서 혼자 살아보자는 생각 반, 제대로 된 전문성을 다지겠다는 욕심 반으로 멀리 내려왔다”는 게 그의 회상이다.
 
권 씨가 직접 경험한 부산의 첫인상은 놀라움 자체였다. 센텀시티와 서면의 화려한 인프라는 미디어 속 사투리 가득한 이미지와 딴판이었고, 경기도에 머물던 시절 길바닥에 버리던 시간이 사라진 쾌적한 교통 환경이 가장 만족스러웠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문제는 당장 이번 학기로 다가온 채용 시장이었다. 그는 “원서를 쓸 만한 100개 기업 중 부산 기업은 5곳 남짓”이라며 “학과 친구들 상당수도 천안 평택 청주 서울 등 수도권이나 충청권 산단으로 일자리를 찾아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권 씨는 부산이 마음에 든다면서도 “서울과 부산에서 동일한 조건의 제안이 온다면 서울을 우선 고려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하고 커리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부산에서의 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은 만큼, 향후 지역 내에서도 다양한 직무 기회가 꾸준히 확대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국립한국해양대 재학생 김정웅

- “해양 전문가 부산 정착 늘길”

한국해양대학생 김정웅
“주변에서는 연고도 없는 부산까지 내려간다고 걱정했지만,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안양 출신으로 국립한국해양대 해사인공지능보안학부에 재학 중인 김정웅(22)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도권 사범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가 진로를 선회한 것은 고3 무렵, 선박 기관사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항해사와 선원의 삶에 대해 들으면서부터다. 김 씨는 “해양대에서 전문 해기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확실한 전문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업 전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돌아봤다.
 
부모님의 우려에도 사범대 대신 해양대로 진로를 돌린 그는 목포 대신 부산을 진학지로 선택했다. 대부분의 해운 선사 본사와 사무소, 금융 및 해양 공공기관이 부산에 집중되어 있어 육상직으로 전환할 때도 정착하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씨는 부산에서의 삶에 강한 만족감을 표했다. “수도권에서는 부산을 그저 광안리나 해운대가 있는 관광 도시로만 봤는데, 살아보니 주거 환경과 일상 인프라도 수도권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는 우수한 워라밸이 부산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가 재학 중인 학과는 항해·기관 실무에 AI 및 사이버 보안 기술을 접목한 신설 융합 학과다. 자율운항선박 도입과 스타링크 탑재 등 선박의 디지털화에 발맞춰, GPS 재밍이나 해킹 같은 테러 위협에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김 씨는 “졸업 후 실습선 항해사 등을 거쳐 부산에 지속적으로 정착할 계획”이라며 “부산항이 글로벌 물류 허브인 만큼 양질의 해양 일자리가 더 늘어나 많은 인재들이 부산에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립한국해양대 재학생 백태현

- "해양 인재로 컸는데 '일자리'가 없다"

한국해양대학생 백태현
“지방 청년 이탈의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해양 특화 인재를 키워놓고 정작 일할 터전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인천 출신의 한국해양대 해양건축학과 백태현(21) 씨는 남다른 결단으로 부산 땅을 밟았다. 스무살 때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대기업 취업이라는 막연한 목표 대신 진정한 꿈을 찾아 재수를 택했다. 계기는 부산시가 추진했던 해상도시 프로젝트 ‘오셔닉스’ 관련 기사였다. 백 씨는 “해수면 상승에 대응해 물 위에 건물을 올리는 플로팅 건축이 미래의 핵심 분야라 확신했다”며 전국 유일의 해양 특화 건축학과로 핸들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끝에서 끝으로 내려온 그에게 부산은 ‘살기 좋은 치유의 도시’였다. 백 씨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어 도심 속에서도 답답함 없이 힐링을 얻을 수 있다”며 “수도권과 달리 개방감이 넘치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부산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 씨는 자신이 꿈꾸는 커리어와 부산의 현실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내의 대표적 플로팅 건축물인 서울 세빛섬처럼 관련 법·제도나 전문 건축사사무소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정작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에는 관련 인프라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백 씨는 “초기 경력은 부산에서 쌓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해외나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산업 인프라의 미스매치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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