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부산시장 선거 때 ‘피습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개혁신당 후보 정이한(38) 씨가 첫 재판에서 자작극을 꾸민 이유로 “부친과의 갈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씨는 수사 받을 당시 선거 전략을 놓고 부친인 정근 온병원그룹 회장과 이견을 빚었다고 진술(국제신문 지난달 27일 자 4면 보도)한 바 있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상 선거자유방해 교사와 허위사실공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범인 헬스 트레이너 A(30대) 씨도 함께 법정에 섰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자작극을 벌인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범죄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작극을 벌인 동기를 두고는 “당시 부친과의 갈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런 주장이 수사 기록에서도 확인되는지 묻자 정 씨 측은 부친과의 관계를 놓고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이 기록에 있다고 답했다.
정 씨는 수사기관에서도 이런 취지의 진술을 내놓았었다. 선거 당시 정 씨는 사실상 부친 정 회장의 지지를 토대로 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온병원그룹 출신 인사들이 캠프에 대거 포진한 것이다. 그러다 정 회장이 선거 자금이나 아들의 네거티브성 선거운동에 문제를 제기, 전재수 당시 부산시장 후보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등 선거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정 씨는 지원 중단 통보 직후 A 씨를 찾아가 자작극을 공모했다. 부친이 계속해서 자신의 선거를 지원하게 만들 만한 상황을 꾸미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정에서 정 씨 측은 선거자유방해 교사 혐의에 대해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허위사실공표 혐의 역시 당시 지지율이 2~3%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당선 목적을 부인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정 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허위 진술이나 소극적인 사실 은폐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퉜다.
반면 검찰은 정 씨가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약 10년간 알고 지낸 A 씨에게 자작극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중 A 씨에게 녹차라테와 컵, 삶은 계란 등을 던지게 해 피습을 연출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 앞서 날짜와 장소, 현장에서 할 말과 음료 종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측은 자작극 가담 사실과 선거자유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정 씨를 다치게 할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 혐의를 부인했고, 경찰에서 허위 진술한 행위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다퉜다.
증거의 적법성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A 씨 측은 일부 신문조서와 정 씨가 유치장에 있던 A 씨를 접견할 당시의 대화 녹취록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검찰은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오전 10시 공판을 속행해 양측의 증거 의견을 정리하고 증인신문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