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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부산진구 서면 일대의 무인 인형뽑기점. 강지원 기자 |
- 경품 60% 유해화학물질 검출
- 9종서 내분비계 장애유발 물질
- 출처·안전표시 없는 제품 다수
어린이와 2030 세대가 즐겨 찾는 무인 인형뽑기점의 경품 여럿에서 1군 발암물질과 기준치의 340배가 넘는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매장 상당수는 소화기조차 비치하지 않거나 위험한 도구를 방치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 평일 오후라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리마다 늘어선 무인 인형뽑기점에는 2030 남녀 여럿이 모여 인형뽑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계마다 유명 캐릭터 인형과 키링, 키캡 등이 들어있는 가운데 최근 유행인 ‘말랑이’ 기계 앞에서 여러 차례 뽑기를 시도하던 한 여성은 원하던 것을 뽑고서야 만족한 듯 발길을 옮겼다.
이처럼 일상 속 소소한 오락 공간으로 자리잡은 인형뽑기점의 경품과 매장 관리 상태는 안전 사각지대를 방불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7월 전국 무인 인형뽑기점 16곳과 이곳에서 유통 중인 경품 20종을 대상으로 안전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제품의 60%에 달하는 12개 제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안전기준을 대폭 초과해 검출됐다.
특히 어린이의 생식기능을 저해하거나 신체 발달을 방해하고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9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347.5배에 달하는 양이 나왔다.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납은 8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2.7배, 카드뮴은 2개 제품에서 최대 1.23배 기준치를 넘어섰다.
경품 다수는 출처가 불분명한 모조품이었다. 조사 대상 20개 제품 중 10개는 제조사 표기조차 없었고, 유명 브랜드 명칭이 적힌 나머지 10개 제품 역시 정품과 비교했을 때 색상과 형태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특히 모조품으로 의심되는 10개 제품 중 8개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겨 유통망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어린이를 포함한 전 연령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기초적인 안전 표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 대상 20개 제품 모두 KC 안전 인증마크나 연령별 사용 권장 표시가 전무했다.
매장 자체의 시설 관리 역시 미흡한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16개 점포(모두 면적 33㎡ 이상) 중 25%인 4곳은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고, 2곳은 바닥 타일이 깨져 있었다. 1곳은 이용자의 손이 닿는 장소에 칼이나 원예용 가위를 방치하기도 했다.
또한 법적 의무 사항인 청소년게임제공업 등록증을 게시하지 않은 매장은 11곳에 달했고, 이용안전수칙(3곳) 및 청소년 이용제한 안내문(2곳)을 붙이지 않은 점포도 잇따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할 기초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공유해 현장 점검을 건의하는 한편, 관계 부처에 무인 인형뽑기점 유통 제품과 매장 시설 전반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