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시장, 공문·회의록 없이 중단
- 부지변경 절차에 15년 소요 전망
- 전 시장, 주민 인센티브 마련 지시
부산시가 전임 시장 때 중단됐던 강서구 생곡마을 광역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건립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정치권 요청에 따른 대체부지 검토 조치를 철회하고 애초 계획대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10월 말 지역 국회의원 요청을 받은 전임 시장이 면담 후 사업을 전격 중단했으나 이 과정에서 공문이나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전임 시정 공문·회의록 없이 중단
3일 공개회의로 진행된 주간정책회의에서 환경물정책실은 강서구 생곡마을 광역폐기물처리시설 확충 계획을 보고했다. 사업 대상지는 강서구 생곡길 26번길 9-31 일원 옛 생곡마을 주민 이주부지 약 5만9500㎡다. 국비와 시비 총 3158억 원을 투입해 하루 500t을 처리하는 소각시설을 구상한다.
이 사업은 2017년 3월 생곡마을 주민 과반수 찬성으로 이주를 결정하며 첫발을 뗐다. 2022년 5월 부산시와 생곡대책위원회가 주민이주합의서를 체결했고, 2023년 4월 입지선정위원회를 거쳐 시설 결정을 확정했다. 현재 주민 토지·가옥 보상은 끝났다. 지난달 기준 이주율은 82% 수준이다. 이주 관련 총사업비 1404억 원 가운데 910억 원을 이미 집행했다.
문제는 지난해 9월 폐기물처리시설 건설공사 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 불거졌다. 에코델타시티 입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민원이 잇따랐다. 이후 강서구 지역 국회의원이 소각장 이전과 대체부지 검토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전임 시장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면담 직후 진행하던 타당성조사 용역을 정지하며 사업을 중단시켰다. 담당 부서도 사전에 이 같은 계획을 전혀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공문이나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후 강서구 지역 의원실은 가덕신공항 예정 부지와 부산신항 남측 컨테이너부두 인근을 대체부지로 제안했다. 부산시 실무진은 두 대안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부지 변경 시 쓰레기 봉투값 폭증
부지를 변경하면 이미 보상을 마친 원주민들이 환매권(한 번 매도했거나 공익사업으로 수용당한 부동산을 일정한 조건 아래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집행 금액 910억 원은 전액 매몰비용이 된다. 신규 부지 매입과 행정절차 재추진에 15년 이상 소요된다. 소각장 건립이 차질을 빚으면 시민이 떠안는 부담도 가중된다. 현재 시가 부담하는 위탁 처리 비용은 연간 12억 원이다. 소각장 설치가 표류하면 이 비용은 연간 125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한다. 시민이 구매하는 쓰레기 봉투 가격도 10배가량 오른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배출계 폐기물 처리비 역시 2배 이상 상승한다.
생곡 소각장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전날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불거졌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부산시 담당 실장과 강하게 대립했다. 해당 국회의원이 제안한 대체부지 검토를 담당 실장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국회의원이 크게 반발하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시장은 사업 정상화를 지시하며 원안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정치권은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다”며 “숙의 과정 없이 행정절차와 용역을 중단해 버리면 이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매몰 비용과 시민 부담, 소각시설 적기 설치 불가 문제를 감안하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 반발을 달랠 방안도 지시했다. 해운대소각장처럼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지역난방에 쓰는 방식으로 주민 인센티브를 마련하라고 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최대 20% 안에서 주민이 원하는 편익시설을 지어주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