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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제복지원 후신 ‘실로암의 집’ 진상규명 추진

유사한 통제·폭행 등 가혹행위

수용 피해자 대개 중증 장애인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6-08-24 18: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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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당시 부산 사상구 주례동 실로암의 집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 형제복지원의 후신으로 지목되는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 ‘실로암의 집’을 두고 진상 규명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된다.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이 폐쇄된 뒤에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이곳에 억지로 수용되곤 이른바 ‘군대식 통제’로 불리는 인권유린을 겪었다고 호소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는 ‘실로암의 집’ 수용인 피해 사실 규명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부는 이곳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이 겪은 참상을 청취한 뒤 이를 뒷받침할 당시 문서를 확보하려 한다. 피해자들은 중증 장애인으로, 대부분 부산에 거주한다. 현재까지 지부는 4명의 피해자와 면담해 과거 자행된 인권침해 증언을 확보했다.

 이곳은 부산 사상구(당시 북구) 주례동 옛 형지복지원 자리에서 운영됐다. 형제복지원 시설을 물려받은 것이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박인근 원장이 구속됐지만, 운영 법인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은 설립허가 취소 없이 존속한 영향이다.

 법인은 1990년 사업을 기존의 부랑아 수용에서 중증 장애인 보호로 바꾸곤 이듬해 11월 이곳을 개소했다. 2002년 5월에는 기장군 정관읍(당시 정관면) 달산리로 자리를 옮겨 2016년 8월까지 운영했다. 그 사이 법인은 재육원(1988), 욥의 마을(1991), 형제복지지원재단(2001), 느헤미야(2014)로 이름을 바꿔왔다.

 피해자들은 실로암의 집이 처음 주례동 시절부터 형제복지원과 유사한 군대식 통제가 자행됐다고 말한다. 수용인들을 분대 단위로 통제하고, 폭행을 비롯한 여러 가혹행위가 날마다 반복됐다는 것이다. 시설이 정관읍으로 옮긴 뒤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폭행 등은 지속됐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곳으로 ‘차출’됐다고 주장한다. 박 원장이 지역 각 장애인 시설에 2명씩 장애 아동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영향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박 원장은 전국부랑인복지시설연합회장을 맡는 등 당대 사회복지계의 거물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도 재차 협회장에 선출됐다. 2003년에는 부산사회복지법인대표자협의체 초대 회장에 추대되는 등 출소 뒤에도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니 차출과 같은 일이 가능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드러난 피해자 대부분은 실로암의 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이곳에 수용됐다. 20년 이상 장기 수용돼 온 셈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터라 이곳에서 도망하기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버텨낸 시간이 너무나 괴로워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만, 심한 장애 때문에 혼자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한다.

 실로암의 집은 과거에도 한 차례 수용자 학대 논란을 샀다. 2014년 7월 부산사회복지연대가 발표한 ‘실로암의 집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1992년에서 2001년 사이 이곳에서 숨진 장애인 42명 중 7명의 사인이 영양실조로 기록됐다. 당시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을 맡은 박민성 전 부산시의회 의원은 “과거 정관읍에 자리한 시설을 확인한 결과 자물쇠가 철창 바깥에 달려 수용인이 나갈 수 없게 하거나, 수용인을 방치해 놓은 정황이 보이는 등 인권 측면에서 문제시될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2002년 정관읍으로 이전한 직후에는 산사태로 시설이 무너져 중증 장애인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사도 벌어졌다. 당시 재단이 시설 준공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중증 장애인을 수용한 것으로 조사돼 관리·감독 책임 논란이 점화됐다.

 지부는 피해자별 피해 사실을 파악한 뒤 다음 달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할 계획이다. 위원회 결정 결과에 따라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사실상 강제수용이나 다름없었던 당대 장애인 거주 시설 정책의 책임을 묻는다.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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