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안에 교육 현장에 AI 기술을 활용한 채점을 도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방침이다. 평가원 김문희 원장은 18일 평가원이 발간한 계간지 인터뷰에서 2024년부터 올해까지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AI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기술이 학생평가 영역에서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평가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전망이다.
김 원장은 “서술형·논술형 평가에서 학생 응답을 분석해 초벌 채점을 지원하거나 채점 기준을 체계화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성취도와 학습 이력에 기반한 맞춤형 피드백 제공, 평가 결과 분석 및 진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AI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더라도 학생평가의 본질적 역할과 교사의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학생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교육적 판단은 교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AI는 이러한 평가 활동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의 발언은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AI를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를 검토하는 상황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2일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수능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경우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수능이 32년간 시행되며 기출문제를 피하면서 정상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며 서술형·논술형 문항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서·논술형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자칫 사교육 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수십만 명의 답안을 제한된 기간 안에 어떤 기준으로 채점하고 비전형적이지만 타당한 답안을 어떻게 인정하며, 점수의 근거와 오류를 어떻게 설명하고 바로잡을 것인지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AI 채점이 공정성의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