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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왼쪽)과 오은택 전 부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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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의 곳간 관리를 두고 박재범 구청장과 오은택 전 구청장이 충돌했다. 남구 재정이 ‘비상 사태’에 빠졌느냐가 쟁점인데, 공개된 재정지표를 살펴보면 남구가 당장 ‘재정 비상’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대형 투자사업들에 큰돈이 드는 시기가 겹쳐 재정 압박이 생긴 것은 사실로 보인다.
●‘재정 위기’ 판단 놓고 갈등
양측 대립은 지난달 23일 박 구청장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세입·세출 불균형과 순세계잉여금(앞선 연도에서 넘어온 회계상 잔액) 감소가 근거였다. 2027년에 세출이 세입보다 커져 462억 원이 부족하다고 추산한 것이다. 남구는 올해 본예산을 토대로 2027년도 일반회계 세입을 6646억 원으로 예상한다. 반면 세출은 7108억 원으로 내다봤다. 사정이 이런데 다음 연도 세입에 반영할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도 감소해 남구의 22개 주요투자사업을 감당할 여력이 떨어졌다는 취지다.
오 전 구청장은 지난 4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순세계잉여금이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비상금처럼 남겨둬야 하는 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공자산을 만드는 데 구비 823억 원을 들였으며, 별도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도 약 530억 원을 적립한 만큼 ‘돈이 사라졌다’는 식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정 압박’은 사실, ‘위기’는 글쎄
지표상 ‘재정 위기’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우선 남구는 빚진 돈이 없다. 행정안전부 2025년 지방재정분석상 재정위험 평가에서도 남구는 우수했다. 부산대 최병호(경제학부) 교수는 “채무가 없는데 재정 파탄이란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잉여금은 예산을 다 못 쓰거나 세입을 실제보다 적게 추산해 생긴 것이므로, 잉여금 감소를 재정 악화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남구에 재정 압박이 없는 건 아니다. 순세계잉여금을 다음 연도 세입으로 편입할 수 있는 규모가 작아진 만큼, 신규 사업이나 대형 계속사업에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감소했다는 설명은 사실이다. 다만 남구의 순세계잉여금 규모는 288억 원으로, 지역 기초지자체들(85억~336억 원)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부족하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 순세계잉여금이 적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힘들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세입과 세출을 일치시키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라며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집행하고 잉여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정 압박 확대 원인은
재정 압박이 커진 데는 물가·공사비 상승에 더해 대형 사업의 본격 집행 시점이 겹친 영향이 크다. 남구 22개 주요투자사업(총사업비 약 3260억 원)만 놓고 보면 사업비는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었다.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구비는 최초 계획상 1485억 원에서 현재 1672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집행된 구비는 약 280억 원 수준인데, 대부분 사업이 내후년부터 재정이 본격 투입되는 시기를 맞는다는 의미다.
일종의 ‘세출 계산 미스’가 압박을 키운 셈이다. 그 책임을 모두 오 전 구청장에게 돌리기도 어렵다. 22개 주요투자사업 가운데 7개는 박 구청장이 처음 남구청장을 지낸 민선 7기에 시작됐다. 이들 사업이 전체 예산의 33.8%(구비 1672억 원 중 565억 원)를 차지한다.
해당 사업들은 법정 의무지출 사업이 아니다. 단체장 판단에 따라 규모를 조정하거나 추진 시기를 늦출 수 있고, 박 구청장 임기 안에 반드시 마쳐야 한다는 의무도 없다. 현실적 사정에 따라 계획된 예산을 다 집행하지 못해 세출이 적어질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새 단체장이 들어서면 으레 그렇듯, 기존 사업은 중요성을 판단해 계속 여부를 결정하거나 사업 범위를 줄일 수 있다. 행정의 자연스러운 판단인데, 여기에 전임 구청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조건 좋으면 지방채 발행이 합리적
실제 남구는 약 180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특별교부세·특별조정교부금 확보, 주요사업 추진 시기 조정 등으로 부족 재원을 메울 방침이다. 100억 원 안팎의 지방채 발행도 추진한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의 공약 사업인 오륙도페이 인센티브 확대(59억 원), 청년기본소득(26억 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남구의회 일각에서는 위기 선언이 지방채 발행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환 능력이 있고 금리와 거치·상환 조건이 유리하다면 지방채 활용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연구위원은 “발행 사실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금리·만기·상환재원 등 조건이 좋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장기간 이용되는 사회기반시설이라면 지방채를 발행해 미래 세대와 비용을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다. 무조건 빚이 없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