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6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논밭에 녹조로 인해 녹색빛을 띠는 농업용수가 농수로를 통해 흘러 들어와 농작물까지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이원준 기자 |
- 원동면 일대 비온 뒤 낙동강 물 유입
- 농민들 “4년 전보다 피해 더 심하다”
- 환경운동연합 수문 상시개방 목소리
- 전문가 “주변 오염물 유입원 파악을”
경남 양산 일대 논밭과 농수로가 낙동강에서 유입된 심각한 녹조로 뒤덮여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낙동강의 조류 경보가 최고 단계인 ‘대발령’ 전환을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순한 보 개방을 넘어 주변 오염원 파악과 기후 변화에 맞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6일 오후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양산 원동면 일대는 마치 녹차 위에 벼를 심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논바닥과 농수로 전체에 녹조가 가득했고, 낙동강 물이 들어오는 수리시설부터 배출 수로까지 녹색으로 덮여 있었다. 녹조는 논밭을 넘어 딸기 농가 등 마을 전체로 퍼졌다. 마을 주민 A 씨는 “어제까진 안 그렇다가 오늘 아침 갑자기 녹조가 생겼다”며 “4년 전보다도 이번이 더 심하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4년 전인 2022년 8월 녹조가 이 일대를 덮쳤을 당시(국제신문 2022년 8월 9일 자 1면 보도) 주민은 “논까지 녹조가 들어온 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는데, 4년 만에 그보다 더 심한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일대에선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취수하고 있는데,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농가까지 흘러 들어왔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이번 녹조 현상은 최근 김해와 양산 사이인 물금·매리 지점에서 ‘경계’ 단계 조류 경보가 발령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해 남조류 세포가 2회 연속으로 1㎖당 1만 개를 넘길 때 발령된다. 100만 개를 넘기면 대발생이다. 오는 10일(6일 기준)부터는 3단계가 예보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올해가 예년보다 녹조 현상이 심각한 이유는 수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가 오지 않아 수문을 못 열고, 수문을 못 열어서 부유물이 증식해 녹조가 발생하고, 비가 오면 수문이 열리면서 녹조가 방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낙동강 8개 보 수문을 모두 열 계획이지만, 이 단체 노현석 협동사무처장은 “기후부가 농민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문 상시 개방을 미루고 있다”며 “당장 보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녹조 연구의 권위자인 경북대 이승준(환경생명화학과) 교수는 “이번 녹조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낙동강 보가 녹조를 심화시킨 부분이 있지만 현 상태로는 주변에 오염물 유입원이 너무 많아 보를 개방해서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녹조에는 기후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올해처럼 적은 비가 계속되고 기온이 상승한다면 녹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선 오염원 저감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어디에서 어떤 오염원이 유입되는지 실태 파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야지퇴비만 관리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근처에 농가가 있으면 어떤 비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축사가 있으면 분변 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녹조의 영향은 보이는 것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녹조에 축적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인간의 간과 신장 기능을 떨어트린다. 최근 중국에선 녹조가 심한 지역의 불임센터에서 남자들의 정자 수가 감소하거나 활동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