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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4월 22일 해사법원 부산 설립 범시민추진협의회 회원들이 부산역 광장에서 해사전문법원 유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
- 상사사건, 해상운송보다 많아
- ‘고부가 산업 생태계’ 촉진 기대
- 사법기관 중립성·전문성 중요
- 외국 법관·변호사 허용 검토를
2028년 3월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설립이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는 지역이 초점을 ‘해사’에서 ‘국제상사’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떠오른다. 수출이 경제 핵심인 한국은 해사보다 범위가 넓은 국제상사 분야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으로, 세계적 ‘분쟁 해결 생태계’를 부산에 꾸리는 차원에서 외국 법관·변호사를 허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과 인천에 각각 들어서는 해사국제상사법원은 그 이름대로 해사사건(민사·행정)과 국제상사사건을 다룬다. 처음 법원 설립의 주안점이 ‘해사법원’에 맞춰진 점을 생각해 볼 때 범위가 확장된 셈이다. 2015년 처음 설립 운동이 시작됐을 때부터 현재까지 법원 설치의 주요 논제는 ‘해사법원 부산 설치’였다.
그러다 입법 과정에서 ‘해사국제상사법원’으로 커졌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해사사건을 포함해 국제 분쟁 전반을 아우르는 법원을 만들자는 취지로 법안을 내면서 논의가 확대된 것이다. 해사법원과 국제상사법원이 각기 들어서면 법원을 운영할 만한 사건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실무적 사안도 고려됐다.
법조계는 국제상사사건을 포괄하는 법원이 만들어지는 만큼, 이 영역을 키워 ‘분쟁 해결 생태계’ 조성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애초 해사법원 설립 추진 운동은 법원을 단순한 사법권 행사의 장이 아닌 ‘사법 서비스의 산업화’ 관점에서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법원을 필두로 법무법인·보험사·선박사 등 여러 영역이 연계되는 ‘해사 분쟁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면 해양산업에서 더 큰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논리다.
같은 논리에서 국제상사 사건은 분쟁 해결 생태계 조성에 오히려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두 영역 모두 국제적 성격을 띠지만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사사건은 말 그대로 해양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선박 등 해상 운송 과정에 벌어지는 용선 계약·선박 충돌·적하 보험 등이다. 이에 견줘 국제상사사건은 국제투자분쟁이나 국제중재, 국제물품 매매계약 등 보다 넓은 영역의 사안과 맞닿는다.
국제상사 영역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문호 개방’이 제안된다. 해외 국제상사법원처럼 외국인 법관과 변호사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전 세계 ‘고객’을 향해 국제적인 중립성·전문성을 지닌 사법기관이 부산에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자연스럽게 분쟁을 치르는 이들이 부산을 소송지로 선호하게 된다. 이른바 ‘포럼 셀링(Forum Selling)’이다.
국내 법원조직법상 법정 당사자의 외국어 변론은 허용된다. 그러나 외국법자문사법상 외국인 변호사(소송대리인) 선임은 제한된다. 공무원인 법관 역시 외국인 임용이 불가능하다. 반면 해외 주요 국제상사법원은 외국 변호사와 법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영국(상사법원), 싱가포르(SICC), 두바이(DIFC), 카타르(QFC), 아부다비(ADGM)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법무전문직법에 따라 등록한 외국 변호사의 변론을 허용한다. 싱가포르도 일정한 요건 아래 등록을 마치면 변론이 가능하다. 두바이와 카타르는 상급법원 변론권 보유자나 5년 이상의 실무 경력 등 요건을 갖추면 허용된다. 법관도 싱가포르 카타르 아부다비 두바이 등은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를 법관으로 임용, 재판부의 전문성·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사법원 설립에 헌신해 온 박문학(법무법인 세진) 변호사는 “해사뿐만 아니라 국제상사 분야로 시야를 넓히고, 해외처럼 영어를 사용한 유연한 절차 운영이나 외국 변호사·법관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등 ‘국제적 요소’를 보강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며 “외국 변호사가 한국에 직접 오지 않더라도 영상 재판 시스템 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