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 충돌”… 市 공존 주장 일축
- 포괄 승계 조항 효력도 제한적
- 통합법에 핵심특례 명문화 제언
“경남부산통합특별시가 만들어지는 순간 부산광역시는 없어집니다. 그런데 부산만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 법령이 그대로 경남부산통합특별시에 존속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학의 최고 권위자인 성낙인(사진)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최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남부산통합특별시법(통합특별시법)이 시행되면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허브법)은 사실상 소멸한다고 단언했다. 부산시는 두 법이 충돌하지 않으며 공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헌법학계의 최고 권위자는 글로벌허브법이 통과되더라도 통합특별시법이 시행되면 그 내용이 통합특별시법에 흡수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문화된다고 본다.
성 전 총장은 법 조문 간의 충돌을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허브법 제3조는 ‘이 법은 부산광역시의 관할구역에 한정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통합특별시법 제7조는 ‘경상남도와 부산광역시를 폐지하고 경남부산통합특별시를 설치한다’고 명시한다. 즉 통합법이 시행되면 허브법의 적용 대상인 ‘부산광역시’라는 법적 실체가 사라진다. 성 전 총장은 “신법은 구법에 우선한다. 같은 특별법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통합특별시법이 만들어지면 기존 경상남도와 부산에 관한 각종 법령은 새로운 통합특별시법에 배치되는 한 당연히 효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허브법은 부산·경남이 통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특별법이기에 경남부산통합특별시가 만들어지는 순간 글로벌 부산특별시는 없어진다”고 했다.
다만 통합특별시법에 ‘종전의 법령에 따른 부산광역시의 권리와 의무, 사무는 통합특별시가 승계한다’는 포괄 승계 조항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조항이 법적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 전 총장은 이 역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승계라는 것은 글로벌허브법이 통합특별시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경남부산통합특별시가 생기면서 부산시는 없어지는데, 그에 관한 사항이 그대로 남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살아남을 조항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통합특별시법이 시행되면 글로벌허브법의 조항 대부분이 통합특별시법과 충돌해 효력을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해결책은 통합법 설계 과정에서 허브법의 핵심 특례들이 실질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작업이다. 성 전 총장은 “통합특별시를 설계할 때 허브법의 핵심 내용을 통합법 안에 직접 명시해 담아야 한다”며 ‘법적 흡수’를 제시했다. 두 법을 별개로 병행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특별시법에 글로벌허브법의 핵심 특례 조항들을 명시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허브법이 통과되더라도 법안 곳곳의 조항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채워졌고 구체적인 지원 범위나 감면 수치 등 핵심 내용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통제한다. 통합특별시법 시행 과정에서 내용이 흡수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 전 총장은 대한민국 대표 헌법학자다. 그가 집필한 ‘헌법학’은 법학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인용되는 헌법 교과서로, 변호사시험·행정고시 수험생들의 필독서다.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