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주차 만연·보차도 미분리
- 청동초엔 아직도 화물차 통행
부산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사고로 초등학생이 숨진 ‘청동초 참사’가 3주기를 맞았으나, 부산 지역 통학로는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가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동래구 통학로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안전 상태는 ‘0점’을 기록한 곳이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청동초조차 등교 시간 화물차 통행 금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어린이통학로 교통사고제로 부산운동본부는 30일 오후 부산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동래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전수조사 발표 토론회(사진)’를 개최했다. 운동본부가 동래구 내 통학로 59곳의 위험도를 전수 조사한 결과, 50점 만점에 평균 20점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조사단 7명이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등 29개 항목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진행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근 스쿨존의 안전 상태가 훨씬 열악했다. 초등학교 23곳의 평균 점수는 29.4점이었으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36곳은 14.2점으로 10점 이상 낮았다. 특히 36곳 중 13곳은 한 자릿수 점수에 머물렀으며, 동래유치원은 유일하게 0점을 기록했다. 이곳은 CCTV와 방지턱 외에는 안전 시설물이 거의 없었고, 불법 주차와 보도 위 장애물 등이 감점 요인이 됐다.
다른 시설도 사정은 비슷했다. 안성유치원(1점)은 자녀 하차를 위한 ‘드롭존’은 있었으나 보행자 표지판 등 필수 시설이 전무했다. 민들레유치원(4점)은 정문 앞 스쿨존 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바로 앞에 해제 표지가 있어 운전자의 혼선을 초래했다. 초등학교 중에서는 명장초(46점)가 모범 사례로 꼽힌 반면, 안진초(정문 11점·후문 23점)는 보차도 미분리 등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강진희 부산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통학로가 길어짐에 따라 스쿨존 연장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기관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거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영도구와 북구의 개선 현황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 등굣길 화물 적재물 사고로 황예서 양이 숨진 청동초의 경우, 평일 등교시간대 화물차 통행 제한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형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4년 교사가 중태에 빠졌던 백산초 스쿨존 역시 적색 점멸등만으로는 일시 정지가 지켜지지 않아 신호등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동래구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주민과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도구 관계자는 “화물차 통행 단속은 경찰의 권한”이라며 “표지판 시인성 개선과 공사 부서 협조 요청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