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에서 들은 북한 관련 이야기를 이웃에게 전했다가 적을 찬양·고무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부당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고 박기홍 씨가 4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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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이미지. 국제신문 DB |
부산지법 형사4-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7일 박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사건 선고 공판을 열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망인(박 씨)에 대해 이 법원에서 증거조사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피고인에 대한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를 종합해도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1978년 6월부터 1981년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북한 관련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38선을 없애고 통일이 되려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남한은 사회제도 모순 때문에 없는 사람은 학교를 계속 다니기 어렵지만 북한은 실력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 “북한에 가면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일본 유학 경험이 있어 일본어에 능통해 일본 방송을 자주 봤다. 박 씨는 방송에서 본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다가 주민에게 신고당했다. 1981년 1월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안기부로 넘겨졌고, 같은 해 6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행 직후 한 달간 구금 상태로 조사받는 등 불법 조사도 뒤따랐다.
재심은 박 씨 손녀가 제기했다. 손녀는 제주에서 간첩으로 억울하게 몰린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2023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듬해 6월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재심을 권고했다. 유족은 “간첩이라는 낙인 속에서 살아온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