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인 또한 사관학교 비조종병과
- 입사 후 사내갈등… 승급 떨어져
- 몇 달 전부터 전 동료 몰래 미행
- “내 할 일 했다” 당당한 태도 보여
지난 17일 부산의 한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뒤 약 14시간 후에 검거된 부기장 출신 A 씨가 약 3년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피해자를 포함한 전 직장동료 기장 4명을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으며, 이날 범행 직후에도 다른 동료를 대상으로 범행하기 위해 창원으로 이동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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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18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울산 남구 모텔에 숨어있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검거된 지 두 시간여 만인 밤 10시30분께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A 씨는 살해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군사관학교의 부당한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을 파멸 당했기 때문에 제 할 일을 했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3년 됐다”고 답했고, 몇 명을 살해하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4명”이라고 짧게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수개월 전부터 범행 대상으로 삼은 항공사 기장 4명을 몰래 따라다니며 주소지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또 범행 대상자들의 생활 근거지 주변을 여러 차례 답사하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전 준비를 통해 A 씨는 피해자가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운동하러 나간다는 사실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범행 이후 부산 모처에서 배회하던 A 씨는 역시 미리 확보한 다음 범행 대상자의 주소지인 창원으로 이동했으나, 경찰의 신변 조치로 여의치 않자 울산으로 도주했다.
A 씨의 범행 동기는 재직 당시 동료 간 갈등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A 씨는 다른 기장과 마찬가지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나 조종 병과는 아니었는데 전역 후 다른 경로로 면허를 취득한 뒤 조종사로 취업했다. 하지만 입사 후 사내 갈등을 겪으면서 공사 출신 기장들에 대해 적개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기장 승급 심사에서 몇 차례 떨어진 후 2024년 항공사에서 퇴사했다.
경찰은 A 씨의 여행가방에서 범행에 이용한 흉기를 발견해 압수했으며, 앞으로 A 씨의 정신질환 여부와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프로파일러를 통한 사이코패스 검사 진행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30분 부산진구 전포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인 5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국제신문 18일 자 6면 보도)했다. 범행 전날인 16일 새벽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다른 기장을 살해하려 했으나 강한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