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전역 5년 뒤 극단 선택
- 유족, 보훈보상대상 訴 승소
군 복무 중 마음의 병을 호소해도 ‘꾀병’ 취급 당하며 여러 차례 영창에까지 보내지는 등 고통스러운 생활을 감내하다 전역 뒤 결국 세상을 버린 제대 군인은 재해부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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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단독 박민수 부장판사는 A 씨 유족이 부산보훈청을 상대로 제기한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 유족은 아들이 군복무 기간에 당한 학대 등으로 정신질환이 악화돼 전역 뒤 극단적 선택을 해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돼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2004년 10월 육군에 입대해 강원도의 부대로 배치됐다. 그러다 수시로 혼잣말하거나 내무실에서 뜻밖의 행동을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2005년 5월엔 정신과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국군춘천병원 진단이 나왔고, 이듬해 4월 해리성 운동장애가 의심돼 진료받았다. 2006년 11월 전역한 그는 5년 뒤인 2011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2023년 5월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건 군 복무 중 학대·따돌림을 당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질환이 발병·악화한 영향이라 봤기 때문이다. 부산보훈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생긴 상이 때문에 병이 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입대 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는 점 등도 근거였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A 씨가 당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점이 병세 악화에 영향을 준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먼저 A 씨는 군대 입대 전까지 정신과적 문제로 병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또 부대 측은 A 씨가 보인 행동을 군무 기피용 거짓 증세, 즉 꾀병으로 여겨 일주일치 약을 준 것 말고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되레 부대는 그를 총 세 차례 영창에 보냈다. 경계근무 태도가 불량하다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부대 내에서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관리된 A 씨는 부대원들에게도 따돌려졌다. 그가 고의적으로 거짓 행동을 한다고 여긴 것이다. 결국 A 씨는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하는 처지로 군 생활을 버텼다.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의뢰해 A 씨 진료기록을 감정한 결과에서도 ‘치료 지연’이 지적됐다. 설사 군 복무 중 가혹행위가 없었더라도 A 씨는 군 복무 상황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보이며, 영창에 간 것 또한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상황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시기도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박 부장판사는 “군 직무수행이 망인의 개인적 취약성을 발현 또는 악화시키는 환경적 인자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해부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달리 봐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