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경남도가 2028년에야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느긋한’ 로드맵을 고수하는 사이, 대한민국 경제 지도가 부산·경남·울산을 제외한 채 재편될 처지에 놓였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이 이미 통합특별시라는 거대 함선을 띄워 부산 경남 울산 핵심 산업을 노리지만, 지역 정치권은 절차적 정당성에 매몰돼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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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지역의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3개 권역(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특별법은 사실상 부경울 경제 근간을 정조준하고 있다. 광주전남 특별법에는 부경울의 상징인 ‘조선산업 지원’이, 대구경북 특별법에는 ‘원자력 및 SMR 클러스터 조성’이 명시됐다. 심지어 경남 핵심 산업인 국방마저 대전충남 특별법의 ‘국방 클러스터 조성 및 입주기업 특례’ 등에 담겼다.
부경울은 현재 대한민국 조선업의 심장부다. 울산(HD현대중공업)과 경남 거제(한화오션·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전국 조선업 생산의 70~80%를 담당하고 있다. 원전 생태계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경남 창원은 두산에너빌리티를 필두로 한 원전 핵심기기 제조 90% 이상을 점유하는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울산(새울 원전)과 부산(고리 원전)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로, 고리 1호기 해체 사업 등을 통해 5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선점을 위한 실증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경남에는 현대로템(K2 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K9 자주포) 등 주요 방산 기업이 집적돼 국내 방위산업 생산액의 약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특별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부경울이 수십 년간 쌓아온 주력 산업 주도권은 타 지역으로 분산되거나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세계 경제는 빠르게 공급망 재편과 AI 기반 산업 전환 등이 이뤄지고 있다. 부경울만 빠진 채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되면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돼, 수년 만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경울과 통합특별시 간 정치적 위상도 크게 차이날 것으로 예견된다. 특별법에 따라 탄생할 통합특별시장은 서울시장과 마찬가지로 장관급 국무위원 자격을 얻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상시 참석하게 된다. 국무회의 석상에 앉은 통합시장 3명이 각자의 특례를 근거로 추가 지원과 예산을 요구할 때, 독자 노선을 걷는 부산시와 경남도, 그리고 울산시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특별법이라는 법적 근거와 거대 통합 지자체가 결집한 표심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 경제계 한 인사는 “통합특별시장이 특별법이라는 무기를 들고 국무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모든 특례를 싹쓸이해갈 가능성이 높다”며 “2년 이상 늦게 통합하겠다는 건 사실상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