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라이즈혁신원·부경대 등 주최
- 참여 13팀 언어·문화장벽 뚫고
- 현지 매장 찾고 타깃 수요 조사
- 최종발표 뒤 해외업체 MOU도
부산지역 대학생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로 싱가포르라는 거대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언어 문화 등 넘어야 할 장벽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부산 대학생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3박 5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해외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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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스타트업 챔피언십 글로벌 캠프’에 참가한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진룡 기자 |
■싱가포르 시장을 뚫어라
부산시 부산라이즈혁신원 국립부경대 등의 주최·주관으로 마련된 ‘부산 스타트업 챔피언십 글로벌 캠프’가 지난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번 캠프에는 지난해 12월 부산 21개 대학, 27개 지역 대학생 팀이 참가, 열띤 경쟁을 펼친 ‘부산 스타트업 챔피언십 아카데미·리그’에서 수상한 6개 팀(Keepu, Fore, 오아시스, KMOU CI CLUB, 랑구스토리, unexpected) 등을 포함해 13개 팀, 22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싱가포르 도착 첫날부터 현지 투자사의 싱가포르 언어·문화·스피치 강의 등을 들었고 싱가포르 현지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자신의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에 수요 조사, 투자 가능성 등을 실험했다. 마지막 날에는 현지 투자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싱가포르 시장에 맞춘 최종 영어 발표까지 진행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느낀 장벽은 언어였다. 평소 영어 공부를 하지만 막상 외국인 강사 앞에 서자 자기소개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가 필수고 최종 발표도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처음 접하는 싱가포르 문화도 낯설었다. 중국·말레이시아·인도계 등이 어우러진 싱가포르는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시장이나 고객도 천차만별이다. 학생들은 첫날 가볍게 몸 푸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 시장 조사와 고객 요구 등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순조롭게 해냈다.
■현지에서 몸소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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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epu 김규빈 씨가 지난 5일 싱가포르 한 대학에서 현지 투자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영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
‘느림’이라는 팀명으로 이번 캠프에 참가한 국립부경대 양식응용생명과학과전공 박상민(26) 정진우(22) 씨는 프리미엄 펫푸드라는 아이템을 싱가포르에 선보였다. 일반적인 개나 고양이 사료가 아닌 거북이 관상어 등 이색동물을 타깃으로 한 고급 사료다.
느림 팀원들은 어릴 적부터 거북이, 관상어 등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사료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 거북이는 칼슘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어야 등껍질을 잘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 이미 국내에서 초식성 거북이 사료와 관련 특허까지 출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직접 아쿠아리움과 동물 사료 매장을 각각 방문,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등을 살펴봤다.
박 씨는 “싱가포르 아쿠아리움에서 새우나 배합 사료를 쓰던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제품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았다. 현지 동물 사료 매장에서는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운 생소한 유럽 제품이 인기였다. 나라마다 추세가 다르니 이런 부분을 잘 참고하면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링크, 사진 등을 아카이빙 해주는 앱 ‘딸깍’을 개발·배포한 ‘Fore’ 팀 부산대 시각디자인전공 박재원(여·25), 의류학과 이주애(여·24) 씨도 현지에서 20대 30대 여성을 만나 설문 조사하는 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 연령대가 국내에서도 주된 이용층이어서 해외에서도 통할지 알아보는 작업이었다. 딸깍은 지난해 초 출시된 앱인데, 현재 3만5000명 정도 유저를 확보했다. 적지만 매출도 일으킨다. Fore 팀은 “싱가포르 젊은 여성들도 우리 앱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면서 “자동 분류와 간단한 메모 등 AI 기능을 더하면 더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GUARD’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화재 대응 시스템을 개발 중인 동아대 기계공학과 안상훈(25) 씨는 무작정 싱가포르 시청과 소방서 등 관공서에 돌격했다. 안 씨는 “사전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어 무작정 시청과 소방서를 찾았다. 전기차 화재 대응 시스템을 소개했더니 싱가포르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늘어난다면서 흥미로워했다.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고, 연락을 유지하면서 반응을 살피는 중”이라고 답했다.
■해외 업체와 업무협약도
마지막 날 최종 영어 발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은 공기를 이용해 부목을 만드는 ‘Keepu’였다. 국립부경대 의공학과 박소정(여·24) 김규빈(여·22) 씨는 박예지(여·25) Keepu 대표를 대신해 이번 캠프에 참가,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박 대표는 산속에서 하이킹하다가 다친 경험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은 에어 부목을 생각해 냈다. ‘삐끗케어’라 이름 붙은 에어 부목은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라 가벼운데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로 급속 충전, 10초 만에 공기로 가득 찬 부목이 된다. 지난해 7월 출시, 벌써 7000만 원이란 매출도 발생시켰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는 칼러햄이라는 태국 유통회사와 에어 부목의 동남아시아 유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종 발표 때는 현지 투자자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Keepu 팀은 “빠른 조치가 가능하고 쉬운 사용법 덕분에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현재 가격이 조금 비싼 측면이 있는데 일회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 등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AI 온라인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개발 중인 ‘랑구스토리’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부산대 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전공 석사과정에 있는 권오광(33) 이지현(여·31) 씨는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비자 발급까지 목표로 하는 서비스라 외국인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 싱가포르 에듀테크 기업인 사왓 에듀케이션 그룹과 한국어 교육 앱의 중앙아시아 진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권 씨는 “현재 베트남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데, 싱가포르에서도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해외에서 한국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교원 자격을 갖춘 질 높은 선생님을 모셔 외국인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브링크의 싱가포르 파트너인 조나단 무어 씨는 “제가 여러 번 대학생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번 부산지역 학생들이 가장 뛰어났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시작 단계인데, 이미 이들은 제품도 있고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면서 “이번 캠프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