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금 햇수당 8000만 원 지급
- 피해자, 판사 위로에 “꿈인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를 대신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일 수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한 국가의 의무가 방기되거나 외면될 때 국민의 인간 존엄과 가치가 훼손되고 불행해집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국민으로부터 재판권을 위임받은 법관으로서 그동안 고통받고 외면받았던 여러분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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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에서 국가배상소송 1심 승소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28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03호 법정. 부산지법 민사11부 이호철 재판장은 부산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피해자 등 185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마무리하며 이처럼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국가와 부산시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우고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들은 60여 년 만에 받게 된 승소 판결이 꿈은 아닌지 몇 번이고 서로에게 되물었다. “정말 우리가 이긴 겁니까?” “방금 판사가 사과를 한 게 맞죠?” “내 귀가 어두워서, 정말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부산지역 집단수용시설 내 인권유린의 기원으로 꼽힌다. 6·25전쟁 시기인 1951년 3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소규모로 운영된 시설이다. 그러나 1962년 6월 사하구(당시 서구) 장림동으로 시설을 옮긴 뒤 최대 1200명을 수용하게 됐다. 같은 해 4월 원장을 맡은 이순영 씨 등 일가가 재단법인 영화숙의 임원에 오르면서 강제수용 강제노역 폭행 성추행과 같은 반인륜적 행위가 자행됐다.
이 같은 행위는 부산시의 공인 아래 이뤄졌다. 영화숙·재생원에 이어 시의 공식 부랑아 수용시설로 지정된 곳이 바로 형제복지원이다. 지난해 2월 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영화숙·재생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영화숙·재생원 사건을 두고 재판부는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국가와 시의 위법한 부랑아 단속, 적법절차를 위반한 인계·수용, 영화숙·재생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의 해태 등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된 사안으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자료는 구금햇수당 8000만 원을 기준으로 개개인의 구체적 피해 양상을 고려, 금액을 가감해 책정됐다.
협의회 손석주 대표는 “코 찔찔 흘리던 우리들이 이제 나이 칠십이 돼 65년여 만에 국가의 사과를 받았다. 이 시기까지 얼마나 가슴을 시리며 살았나”며 “(이미 유명을 달리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분들을 대신해 생존자들이 그분들 몫까지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될 것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피해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이정하 활동가는 협의회를 향해 “시와 대한민국에서 사죄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 시민에게도 집단수용시설이 어떠한 국가폭력인지 그 의미가 절실히 전달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