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액화수소플랜트. 국제신문 DB

경남 창원시가 ‘수소산업 선도 도시’를 표방하며 전국 처음으로 구축했던 액화수소플랜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대주단과 얽힌 채무 문제(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온라인 등 보도)를 해소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한 사업 경제성이 발목을 잡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8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시 산하 창원산업진흥원은 오는 31일 종료되는 압류 유예 기한을 연장하고자 시설 운영 SPC(특수목적법인) ‘하이창원’의 지분을 넘겨받아 수소 구매 대금을 청구 중인 대주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진흥원 측은 현재 가압류 상태인 수소충전 8곳과 예금 등 모든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내년으로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대주단 측은 이 중 일부라도 강제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고 대주단이 법원에 대금 지급 명령을 신청할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현재 공급계약에 따라 하루 5ｔ씩, 매달 25억 원의 구매비를 청구 중인데, 실제로 수소를 생산해 전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국내 수요처는 연구 기관과 일부 충전소 등에 한정되는 데다 시장도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수준이어서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추진이 시기상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창원 시설이 지난해 1월 들어선 후 SK이노베이션 E&S와 효성중공업 등 민간 기업 2곳까지 각각 인천과 울산에 액화수소 생산 시설을 완공하거나 시운전에 돌입하면서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판국이 됐다. 그런데 다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이들 시설과 달리 창원 시설은 천연가스를 사들인 뒤 추출하는 방식을 쓰는 터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창원 시설은 판매가가 1㎏당 1만5300원인 반면, SK 측은 9000원가량으로 6000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폭적인 정부 지원으로 수소 버스 등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액화수소는 빠른 탱크 교체 등에 이점이 있어 결국 기체 수소를 대체할 것이란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에 이들 3개 시설이 일정 기간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시장이 활성화할 때까지 마냥 시설을 세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소를 생산하지 않아도 영하 253도의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전기료 가스비만 매년 최소 24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 약 7~10% 수준의 금융비용 지출을 더할 경우 부담은 더욱더 가중된다. 현재 대출 규모는 660억 원이다. 이런 이유로 시설 구축비(1050억 원)의 매몰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예 문을 닫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결국 공은 내년 6월 지선에서 선출될 시장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현재 시정이 직무대행체제로 운영 중인 터라 수백억 원의 혈세 투입 등이 수반되는 정무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부담이 큰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어떤 방식이든 진흥원과 함께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