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진석 전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만류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정 전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사건 당일 밤 9시 50분경 비상계엄 소식을 접한 뒤 윤 전 대통령과 면담하며 “비상계엄을 발동하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나는 결심이 섰으니 더 이상 나서지 말라, 설득하지 말라”고 답하며 거절했다는 것이 정 전 실장의 설명이다.

정 전 실장은 당시 정부 내부 분위기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계엄을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 전 장관에게도 강하게 항의하며 “역사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이에 김 전 장관이 “해야지요”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역시 비상계엄 당일 정 전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계엄을 말렸으나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신 전 실장은 과거 안가 모임에서 계엄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당시 대통령이 이를 해프닝으로 치부해 믿었으나 실제 계엄이 일어나 크게 실망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며, 다음 달 12일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변론을 종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