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고령임 위원장이 소방청 앞에서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소방노조 제공

병원의 잇따른 응급 환자 수용 거부로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자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은 환자 이송 업무 분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방과 보건복지부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소방은 재난 구조를, 복지부는 의료 이송을 책임지는 구조로의 업무 개편이 핵심이다.

소방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현재의 환자 이송과 수용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환자 이송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과 이달에만 부산에서 치료받을 병원을 구하지 못해 119구급차가 거리에서 1시간 이상 허비하는 일(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6면 보도 등)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고교생 한 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응급실 뺑뺑이는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을 지휘하는 광역 상황실 인력을 150명으로 올해보다 3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증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을 통합 관리하고 정보 공유를 강화해 병원 응급실의 환자 수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소방노조는 구급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통합하는 게 유일한 답으로 본다. 소방청은 병원에 환자 수용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관련 법을 개정해도 복지부가 전국 구급차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소방노조는 업무 조정이 이뤄지면 병원 선정과 실시간 병상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병원의 응급실 수용 거부 또한 즉각적인 행정 조치가 가능하고 ‘이송-수용-진료’의 일원화 시스템의 구축도 가능하다. 소방노조 관계자는 “응급의료 체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응급 환자가 병원을 못 찾아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목숨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업무 조정과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