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도수치료 등 3개 비급여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한 데 대해 환자의 치료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계의 지속적인 협의 요청과 전문가들의 의학적 의견을 무시한 채 관리급여 지정을 강행했다”며 “오직 실손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회의를 통해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했다. 관리급여는 과잉 진료 우려가 크거나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의협은 신설된 관리급여에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돼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다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행정적 통제만 강화하는 옥상옥 규제”라고 지적했다. 또 “관리급여라는 급여 유형은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비급여 항목 과잉 진료가 관리급여 지정을 자초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수십 년간 지속된 급여 수가의 구조적 저평가와 신의료기술의 급여 편입 지연 등 정부 정책 실패가 비급여 확대의 근본 원인”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비용 통제만 시도하는 관치 의료는 의료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관리급여 지정으로 인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의 경우 수술을 피하려는 고령 환자에게 중요한 비수술적 치료 대안인데, 관리급여 지정으로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연 의협 부회장은 “정부가 의료전문가의 합리적인 의견을 계속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등 관련 협의체 참여 거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관리급여의 무분별한 확대가 이뤄질 경우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관리급여 제도를 통해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와 가격 격차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가격과 급여 기준을 설정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