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네치아’로 불리는 부산 사하구 장림항에 도시재생 사업을 벌여야 한다며 레저보트 철수를 명령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1부(천종호 부장판사)는 장림항 내 레저보트 주인 21명이 사하구를 상대로 낸 원상복구 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림항은 장림어촌계 어촌정주어항이다. 주인들은 따로 어항시설사용·점용 신고를 내지 않고 이곳을 이용해왔다.

갈등은 2021년 장림항이 ‘어촌뉴딜 300’에 선정되면서 불거졌다. 어촌계 도시재생 사업으로, 지난해 공사에 앞서 구는 보트 주인들에게 배를 빼라고 명령했다. 레저선박 유입이 지속되면 어항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주인들은 구가 ‘어촌계와 협의하면 어항 계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근에 버려진 어선이 많은데도 레저보트만 대상으로 삼아 부당하다고 따졌다. 재판부는 구가 어항 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레저보트가 실제 어업에 지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없어 행정명령이 장림항 어항 기능 보전에 필요한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어항 기능 유지 방안이 있으면 계류가 가능하다고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어촌계와 협의를 시도했고 공무원에게 계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어민도 계류를 반대하진 않아 별도 장소 마련 등의 조치를 꾀할 여지가 있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