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대상 특정 안 해 괜찮다”
- 여야 모두 질타…학계서도 우려
조병길(사진) 부산 사상구청장이 국민의힘의 제명 조치에 반발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 1억8000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논란이 인다. 지역 정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자 내년 선거가 금권 선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13일 조 구청장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제명 처분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조 구청장이 관내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된 주택을 매입해 이해충돌 논란(국제신문 지난 9월 4일 자 6면 단독 보도 등)이 일자 국민의힘은 그를 당에서 제명했다. 이해충돌 논란에 이어 기자회견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자회견을 통해 조 구청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구청장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시 당선되면 재개발 구역 주택을 사들이는 데 쓴 비용(1억8000만 원)을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직선거법은 선출직 공무원과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단순히 기부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부를 약속하거나 지시 권유 등도 불가능하다. 조 구청장의 공개 기부 약속은 현행법 저촉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상구선관위는 조 구청장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 사상구선관위 관계자는 “기자회견 기사 등을 통해 발언을 확인한 결과 기부할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조 구청장을 질타했다. 김향남 사상구의회 부의장은 “기부 약속은 주민을 현혹하는 발언이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나는 대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논의해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사상구 당협 관계자는 “당선이 되면 기부하겠다는 말은 부적절하다. 정말 기부할 마음이 있다면 당선 여부를 떠나서 재개발을 통해 얻는 시세 차익을 포함해 얻은 수익 모두를 기부하는 게 마땅하다”며 “지역 여론이 나빠지자 기부 약속으로 이슈를 덮으려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조 구청장 비판을 넘어 자칫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지방선거가 전문성과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닌 후보자 사이 경쟁적인 기부 약속이 판을 칠까 염려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 구청장의 기부 약속은 공직에 대한 거래로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선관위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판례가 있더라도 자체적으로 건의를 하거나 내부 규정을 손봐 법망을 피해 갈 수 없도록 규율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 교수는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기부 약속을 해도 아무런 제재 받지 않으면 내년 지선이 금권선거의 장으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 국회는 입법으로 기부 대상을 특정하지 않지 않더라도 기부 또는 기부 약속을 금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