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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76> 한빛회계법인 도광록 공인회계사

회계사로 정계입문→세속정치 염증→내면 자유 찾아 산으로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5-11-11 19:04:46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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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일하다 울산 첫 회계사 개업
- 일만 알던 시절 본 학생시위 전율
- 시의원 활동으로 지역 기여 노력
- 진심보다 인맥 우선에 한계 느껴

- 시끄러운 세상 뒤로하고 산으로
- 세계명산 오르며 진정한 삶 누려

◇ 도광록의 인생이모작 귀띔

-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행복을 희생하지 마라

11월의 가을 울산 한 회계사무소 응접실. 벽에는 ‘영남 알프스 산다람쥐’라 불리는 주인장의 등산 사진이 빼곡했다. 소년 용접공으로 시작해 세무공무원 세무사 공인회계사를 거쳐 정치와 시민운동으로 경계를 넘나들었던 사람. 지금은 국내외 명산을 주유하는 자유인이다. 그의 이름은 도광록(67). 늘 산을 찾는 자유인을 만났다.



-스스로 삼모작 인생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도광록 대표가 2023년 아내와 함께 돌로미티 세체다를 트레킹하던 중 찍은 기념 사진. 그는 해외 트레킹을 항상 아내와 함께 한다.
▶요즘 저는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날을 등산과 트레킹으로 지내고 있어요. 저의 인생일모작은 공인회계사로 경제적 성취를 위해 활동하던 시절이었어요. 일밖에 모르던 때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와 시민운동으로 뛰어든 시기가 제 인생의 이모작이었습니다.



-공인회계사로 활동 중 ‘이건 아니다’는 각성을 하셨다고요.

▶가난해서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주경야독 끝에 울산 개업 제1호 공인회계사가 되었죠. 그 시절 돈도 많이 벌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울산대 앞에서 학생 시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늘 보던 광경이었지만 그날따라 가슴이 뜨겁게 요동쳤습니다. 학생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내가 누리기만 한다는 자각이었죠. 그날 이후 저는 돈의 노예로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다 보면 어떤 계기가 온다. 그리고 이 섬광 같은 계기는 우리를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가난을 극복하려고만 애쓰던 도광록에게 대학생 시위 장면은 정의로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섬광이었다. 자신을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된다고 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이 그날 그의 내면에서 현실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치에 뛰어 든 건가요.

1996년 울산광역시 시의원으로서 내무위원회 활동 중 울산시의 예산 편성에 대해 시정질의를 하는 모습.
▶1995년 울산시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선 광역시 예산의 불합리한 관행을 많이 고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죠. 그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기에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시민운동가 활동도 했었죠.

▶시의원 임기를 마친 뒤 1997년 울산참여연대를 창립해 공동대표를 했습니다.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울산에서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정치와 완전히 결별했습니다.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계라니요.

▶현실 정치의 문제였어요. 회계사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행정을 견제·견인했으나, 무소속이다 보니 박수 치는 사람 하나 없었어요. 실제 저는 시 예산 낭비의 관행을 고쳤고, 수백 억 원의 재정 수입을 올리게 해주었죠. 그러나 대중은 의정 활동보다는 ‘지역 활동’ 잘하는 이를 선호하더군요. 진심보다 인맥, 전문 활동보다는 경조사 활동이 더 먹히는 문화였어요. 이권과 타협을 바라는 시선도 없지 않았구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정치와 체질이 맞지 않다는 것을.



그는 예산을 바로잡아 정의를 세우고, 회계 언어로 정치 언어를 고치려 했다. 그러나 정치판은 합리의 장부가 아니라 온정의 장부로 움직였으니, 세속 정치의 속됨을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정치를 놓아버렸죠. 돌이켜보면 학생 희생의 부채 의식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으나 현실 정치의 관행은 제 성향과 계속 충돌했죠. 그러니 저는 그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계속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지금처럼 머리를 장발로 길렀습니다. 그제야 멈추더군요.

-‘장발에 얽힌 사연’인데(웃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인생이모작 정치를 마감하셨군요. 그 뒤엔 무엇을 하셨나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시끄러운 세상을 뒤로 하고자 산을 찾았죠. 처음엔 허전했지만 점점 자유를 느꼈습니다. 산에선 아무도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어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있죠. 그 안에서 내 마음이 정화됐습니다. 처음에 영남 알프스를 주로 다니다가 지리산과 설악산을 종주하며 점점 산 친구가 됐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정상을 밟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안의 소음을 잠재우기 위함이라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외국 산도 많이 가셨지요.

▶1년에 3~6회 세계 명산을 트레킹합니다. 오대양 6대주 가릴 것 없이 다 다니고 있죠. 희말라야 쿰부희말과 고쿄리, 유럽 3대 미봉이라는 몽블랑 마테호른 융프라우,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일본 북알프스와 오제 습지, 남미 파타고니아, 북미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5대 캐니언 등 가본 곳이 50곳 이상입니다.



-어디가 제일 좋았습니까. 그 많은 산을 혼자 가나요.

▶이탈리아 돌로미티가 최고였어요. 해외 트레킹에는 아내와 함께 다닙니다. 해외에서 제가 궂은일을 다 해주니, 아내는 ‘왕비 대접을 받으니 힘들어도 간다’며 따라옵니다(웃음).

-국내 산 중 어디가 좋았습니까.

▶국내 명산은 거의 다 가봤습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이 참 좋았어요. 코스는 힘들어도 참 아름답죠. 가까이 있는 영남 알프스가 더 특별합니다. 저는 9개 봉우리를 500회 넘게 올랐습니다. 영남알프스 산길을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저는 어느 틈엔가 산 위의 자유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그가 정치에서 물러남은 패배가 아니라 귀환이 아닌가 싶다. 정치를 떠난 뒤 그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민주화 빚을 갚으려다 자신을 잃을 뻔했지만, 이제는 본성에 맞는 삶을 살며 내면의 평화를 얻었다.



-어린 시절 많이 어려웠다던데요. 열심히 한 덕에 보상을 받는 것일까요.

▶저는 기업 경제가 알찬 울산에서 제1호로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개업했으니 경제 자립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아들이 저의 일을 받아 경영하니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 초등 4학년 때 아버지께서 별세하셨기에 저의 어린 시절은 끔찍했습니다. 생계를 도와야 했기에 용접 일을 하는 소년공으로서 살았어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곤궁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때 어머니가 저를 적극 밀어주고 응원해주셔서 저는 제16회 세무사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했습니다. 그리곤 군 제대 후 동아대 야간을 다니며 재학 중 공인회계사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러면 지금은 등산과 트레킹만 하시며 자유롭게 사시는 건가요.

▶저는 정치를 그만두면서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죠. 그런데 정치에 때 묻은 사람이 다시 시민운동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 대신 옛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지금도 15개 시민단체에 회비와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저의 후원금이 권력 감시나 환경운동, 사회복지와 청소년 여성을 위해 사용돼 보람을 느낍니다.



시민단체에 보내는 후원금의 액수를 들어보니 결코 적지 않았다. 그는 비록 정치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부채를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은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미래 행복을 위해 지금 행복을 희생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살되 지금의 행복도 누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하니,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은퇴 이전에는 가족 부양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자기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하죠.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바로 시작하기 바랍니다.



도광록 회계사의 인생 삼모작 생애의 주제는 부→양심→자유로 이어져 왔다. 들어보니 그의 인생 삼모작은 직업 변화를 넘어 의식 진화였다. 소년공으로 시작해 공인회계사가 되고, 정치와 시민운동을 거쳐 이제 자유인으로 산다. 이 궤적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낙타에서 사자, 사자에서 어린이의 변신에 가깝다. 그는 낙타처럼 짐을 졌고, 사자처럼 저항했으나, 이제 마침내 어린이처럼 자유로워졌다. 진정한 삶은 싸움이 아니라 놀이에서, 의무가 아니라 자유에서 나온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듯하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도 자유를 지향하라는 뜨거운 생의 주문처럼 들렸다.


◆ 도광록이 권하는 해외 여행 팁

1. 충분히 공부하고 가라. 블로그·유튜브로 사전에 충분히 공부하면 비행기 숙박을 절약하면서도 계절에 맞는 좋은 여행지에 갈 수 있다.

2. 국내 산을 많이 다니며 체력을 길러라. 해외 트레킹은 계획보다 체력 소모가 많다. 강한 체력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즐거움을 향유하게 한다.

3. 부부가 함께 하라. 트레킹은 은퇴 부부들의 행복 증진에 최고의 묘약이다.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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