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6·25전쟁(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공자가 71년 만에 부산에서 무공훈장을 받았다. 전쟁 이후 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됐으나 유공자가 개명하면서 수훈 기록이 묻혀버린 탓인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캠페인을 들은 자녀를 통해 뒤늦게 수훈자로 인정받았다.

3일 부산에서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김종석(97) 옹이 71년 만에 무공훈장을 전달받았다. 육군인사사령부 제공

3일 부산에서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김종석(97) 옹이 71년 만에 무공훈장을 전달받았다. 사진은 김 옹의 복무 당시 모습. 육군인사사령부 제공

육군인사사령부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은 3일 연제구 호산노인건강센터에서 한국전쟁 호국영웅 김종석(97) 옹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은 김 옹이 머무르는 센터에서 열렸으며, 가족을 비롯해 이철성 조사단장과 육군 제53보병사단 부산여단 2대대장 등이 참석했다.

1949년 8월 7일 어린 나이에 육군에 입대한 김 옹은 제9사단 28연대와 제1사단 11연대 등에서 복무하며 최일선에서 여러 전공을 세웠다. 중사로 퇴역한 그는 1954년 9월 화랑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됐으나, 실물 훈장과 증서를 받지 못했다. 2019년 조사단이 출범하면서 무공훈장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수훈 당사자나 유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김종석 옹이 당시 개명을 했기 때문이다. 입대 당시 계부의 성을 따라 ‘이종식’으로 입대한 그는 이후 이름을 지금의 ‘김종석’으로 바꿨다. 조사단도 훈장 수여 명부에 ‘김종석’이라는 이름이 없다 보니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라디오에서 무공훈장 찾아주기 캠페인을 들은 김 옹의 자녀 김상문 씨가 수훈 여부를 문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사단이 관련 기록을 재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로부터 부친이 성씨를 포함한 개명을 했다는 정보를 들은 조사단에 의해 수훈자를 찾을 수 있었다. 병무청 병적정정 근거와 군번 등을 확인한 조사단은 김 옹을 최종 수훈자로 확정했다. 참전 75년, 훈장 수여 71년 만의 일이다.

전달식에서는 장남 김희철 씨가 김 옹을 대신해 “비록 지금 몸이 편찮으시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를 가진 분이 아버지”라며 “아버지의 명예를 찾아주고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주신 조사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철성 조사단장은 “늦게나마 호국영웅의 가슴에 무공훈장을 달아드릴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언제든 조사단 대표전화로 훈장 수여 여부를 문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