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노래방·아파트서 패싸움
- 결국 재판행…최고 3년6개월형

부산의 주요 조직폭력단체들이 보복을 명분으로 시내에서 버젓이 유혈 사태를 일으키며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협한다. 1970년대부터 반목해 온 이들은 비교적 세가 약해진 현재까지도 패를 나눠 무의미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1년 부산 서구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칠성파와 신20세기파가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양대 조직폭력단체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가 지난해부터 서로 보복 공격을 거듭해 조직원 등 여럿이 실형에 처해졌다. 지난해 11월 7일 부산진구의 한 노래방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칠성파 조직원들은 신20세기파 소속이던 A 씨가 가입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복수를 명분으로 한 조직 간 갈등이 계속됐다.

양측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던 지난 4월 6일 급기야 사건이 터졌다. 칠성파 추종자인 B(20대) 씨가 신20세기파 조직원 C 씨를 흉기로 습격한 것이다. 당시 B 씨는 흉기를 지닌 채 C 씨의 집을 찾아가 잠복한 뒤 집을 나서는 C 씨의 얼굴 등을 소화기로 때리고, 흉기로 공격했다.

소식을 접한 신20세기파는 곧장 보복을 준비했다. 거리에서 칠성파 조직원이 목격되면 무차별 공격하기로 모의했다. 흉기 습격 사건 다음 날 신20세기파 소속 D, E 씨는 수영구 광안동에 있던 칠성파 조직원 F 씨를 찾아가 무차별 폭행,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이후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평소에도 흉기를 지니고 다니며 칠성파 측의 복수에 대비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됐다.

폭력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D, E 씨는 자신들은 신20세기파 소속 조직원이 아니며 우발적으로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심리를 맡은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이 ‘큰 형님이 도피자금 내려 준다고 짐 싸란다’ ‘경인지역 폭력 범죄단체를 두고 여기로 왔는데, 내가 선택한 내 식구들 한 가족이라 생각한다’ 등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2년 2개월을 선고했다. 별도로 기소된 B 씨는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 심리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조직은 1970년대부터 지하세계에서 암약하고 있다. 칠성파는 서구 완월동 성매매 업소를 중심으로, 신20세기파는 중구 오락실 등을 통해 세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된 1993년 20세기파 조직원 살인 사건 등 오랜 시간 갈등을 빚었다. 두 조직의 세력은 과거와 견줘 크게 약화됐으나 2006년 양측 조직원 60명이 가담한 집단 폭력 사건을 벌이거나 2021년 5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집단 난투극을 유발하는 등 여전히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