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주택가에서 사살된 멧돼지. 양산시 제공

경남 양산 도심에 야생 멧돼지가 잇달아 출몰해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도심 지역에 야생 멧돼지가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지만, 최근 10일 사이 두 차례나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양산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8시 30분께 물금읍 한 주택가 밭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엽사에 의해 약 한 시간 뒤 사살됐다. 무게 70㎏가량의 2~3년생 멧돼지로, 밭 주변에 설치된 그물에 걸린 채 사살돼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었다.

이어 26일 오후 9시 40분께, 이번에는 덕계사거리 인근 상가에 야생 멧돼지 한 마리가 출몰해 상가 유리문을 부수고 인근 아파트 방향으로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밤중에 갑자기 출현한 멧돼지에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동안 양산지역 멧돼지 피해는 대부분 농작물에 집중됐다. 도심에 출몰해 주민들을 다치거나 놀라게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열흘 간 잇달아 멧돼지가 출몰한 것은 개체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산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야생 멧돼지 포획 수는 2022년 233마리, 2023년 432마리, 2024년 497마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부산 서식 멧돼지가 인근 양산으로 이동해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야생동물 관리 전문가는 “기후 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멧돼지의 민가 접근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이 같은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수렵인 25명으로 구성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 중이다. 수렵인들은 출몰 신고 시 즉시 출동해 포획과 주민 안전 확보를 담당한다.

한편, 안전문자 발송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시민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금에서는 포획 전후로 두 차례 안전문자가 발송됐지만 덕계는 발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산시 관계자는 “도심 내 멧돼지 출몰 시 안전문자는 현장 부서의 요청이 있어야 상황실에서 수동으로 입력해 발송하는 구조”라며 “물금에서 멧돼지가 출몰했을 당시에는 엽사의 발포가 예정돼 주민들이 총소리에 놀랄 수 있기 때문에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이번 덕계사거리의 경우 경찰 도착 전에 이미 멧돼지가 현장을 벗어나 문자 발송 요청이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