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 로봇랜드·진해 두동지구 등
- 낙동강유역환경청 뒤늦게 결론
- 환경단체, 미착공 사업 취소요구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울경 지역 71개 개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부실로 작성됐다고 결론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들 사업의 현장 조사를 맡은 용역 업체 대표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은 데 따른 후속 조처다. 허위 여부를 조사하고 감시·검증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스스로 그 역할을 소홀히했다고 인정한 셈으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2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8월 26일 거짓부실전문검토위원회를 열어 부울경 71개 개발사업 관련 84건의 보고서가 환경영향평가법을 어겨 작성됐다고 최종 의결했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접수된 이들 보고서에는 현장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이 역할을 수행한 것처럼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사업 완료 후 3~5년간 매년 환경 영향을 살펴보는 ‘사후환경영향조사’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본안 조사지만 비교적 사업 규모가 작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19건 ▷사업 초기 입지 등을 선정하는 데 활용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3건 ▷실시설계를 토대로 진행하는 본안 조사인 ‘환경영향평가’ 2건 등이었다. 이 중에는 ▷경남 마산로봇랜드 조성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 개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등 대형 사업도 다수 포함됐다.

이번 사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2020년 거제남부관광단지 등 3개 사업의 환경평가 용역에 참여한 A 업체의 대표 B 씨 등을 부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경찰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고자 수사 범위를 확대, 수십 건의 보고서가 허위 작성된 사실을 포착했고, 2022년 B 씨를 포함해 회사 소속 기술자 4명을 기소한 뒤 이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통보했다.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진 B 씨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3명이 벌금형을 각각 확정받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행정 처분 절차를 밟는 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형사 처벌을 받은 B 씨 등 4명에 대해 ‘기술자 인정 정지’ 9개월을, A 업체에 현장 조사 업무를 맡긴 원청 업체에 영업 정지 6개월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 업체는 2022년 폐업한 상태다.

문제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대부분이 이미 완공됐거나 착공한 상태라 사업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환경단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책임을 묻는 한편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의장은 “현장조사 장비나 인력 풀을 감안하면 부실 조사가 업계에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제남부관광단지만이라도 사업승인을 취소하고 환경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각 사업의 보고서 내용 자체에 하자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문제가 포착되면 합당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