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삶과 건축양식을 재현한 경남 김해 고상가옥이 안전진단 결과 E등급을 받으며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해시는 이 중 일부만 남기고 일대를 공원으로 리모델링 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김해시 관동고분공원 내 고상가옥 모습. 이 중 5채가 안전 E등급을 받아 철거될 예정이다. 김해시 제공.

12일 국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해시 관동동 460-1번지 일원 관동고분공원 내 고상가옥은 지난 1997년 장유 택지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아랫덕정 유적’을 기반으로 2000년 6채가 복원된 목조 건물이다. 바닥의 습기로부터 쌀을 보호해 저장하는 고상가옥은 6~7세기 삼국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잉여자원 산출 및 계급 태동의 역사를 상징한다. 특히 계단(사다리)가 최초로 확인돼 학술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노후화로 목재 부식이 심해졌고 재작년부터는 사다리 부분을 그물로 막아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올해 6월 실시된 문화유산 안전진단 결과 6채 중 5채가 E등급을 받아 심각한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문화유산 안전등급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노후 정도와 훼손 및 관리 상태를 A(양호)부터 F(불량)까지 6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 E등급은 즉각적인 보수가 필요하며 심각한 경우 즉시 퇴거해야 할 수 있는 상태다.

이미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고상가옥을 이전보존유적에서 해제했고, 문화재위원도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우려가 있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김해시는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시설 안전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사업비 7억 원을 확보해 ‘관동고분공원 고상가옥 정비 및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E등급을 받은 5채는 철거하고, B등급을 받은 1채는 보존해 유지·보수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철거된 가옥 중 1채는 역사적 상징성과 교육적 가치를 고려해 새로 복원할 예정이다.

또 기존의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공원 내 지하수와 연못을 연계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내년 상반기 행정절차와 설계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철거와 복원,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공원과 관계자는 “고상가옥이 있던 구역을 단순히 비워두기보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가야문화센터 등 인근 시설과 연계해 공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역사적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