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그동안 불법이었던 비의료인 문신 시술이 33년 만에 합법화됐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 시술과 반영구 화장은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바늘이 피부를 뚫는 과정에서 감염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근거였다. 이후 비의료인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3년 보건복지부 ‘문신 시술 이용자 현황 조사’ 결과 눈썹·아이라인 등 반영구 문신의 절반 이상(52.6%)이 미용 시설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신(타투)은 80% 이상이 전문숍에서 시술됐다. 병원 시술은 1.4%에 그쳤다. 문신이 사실상 ‘비의료 영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문제는 관리 사각이었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제대로 된 위생 규정이나 보상 장치가 있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술 후 감염·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생겨도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법적 보호망이 없었다. 이에 이번에 통과된 문신사법은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대신, 문신사 국가시험과 면허제도를 도입하게 했다. 또 위생·감염 관리와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우리 외 대부분 국가는 문신을 의료가 아닌 보건·위생 영역에서 관리해 왔다. 미국은 주(州) 단위로 면허와 업소 허가제를 시행한다. 위생 관리, 감염병 예방 교육도 반드시 받게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안전신체예술법’으로 시술자 등록과 업소 위생 기준을 규정한다. 시술자는 B형 간염 접종도 마쳐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잉크 안전 관리에 집중한다. 2008년 발암물질 색소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4000여 종 유해 화학물질을 제한했다. 독일은 별도 ‘문신재료규정’을 제정해 관리를 강화했다. ‘무엇으로 시술하느냐’를 철저히 확인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프랑스·태국 등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시술자 건강검진과 위생 교육을 의무화한다. 프랑스에서 문신 시술을 하려면 위생 교육(3일 연속, 최소 21시간)을 받은 후 지방 보건청에 신고해야 한다. 태국은 문신 서비스 종사자에게 개인 건강은 물론 폐기물 관리 능력까지 요구한다. 종사자는 호흡기나 피부 질환이 없어야 한다. 매년 신체검사를 받아 B형·C형 간염, 결핵 등 감염성 질환이 없다는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 한국처럼 문신을 의료 행위로 제한했다. 그러나 2020년 최고재판소가 “문신은 의료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원은 문신을 예술적 표현으로 보고, 의료가 전통적으로 담당해온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일본 정부는 위생과 안전 규정을 새로 마련해 제도를 정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법 제정으로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신사’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신설되고, 수십만 건 시술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된다. 소비자는 위생 관리와 보험의 보호를 받는다. 30여 년 벌어진 법과 현실 간 틈새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