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본성이 나쁘니 “묶고 반 죽도록 패야 한다”며 친모를 몰아세우는 등 고문보다 더한 학대를 가하도록 부추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웃 여성(국제신문 지난 7월 18일 자 온라인 보도)은 해당 가족의 딸에게 끓는 물을 붓는 등 학대에 적극 동조한 것으로 나타나 법정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 여성은 친모가 자신의 손으로 자식 목숨을 빼앗게 된 참담한 사건의 실질적 배후로 지목돼왔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2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0대) 씨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A 씨는 지난 1월 3~4일 부산 남구 용호동 한 집에서 친모 B(40대) 씨가 아들 C(17) 군의 팔다리를 묶고 나무 막대기와 철제 옷걸이로 만든 회초리로 7시간 가까이 때려 외상성 쇼크 등으로 숨지게 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지난달 11일 구속기소됐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B 씨 모자의 이웃으로 인근에서 공부방을 운영했다. 친모 B 씨는 4~5년 전부터 A 씨 공부방에 아들을 맡겼다. 그때부터 A 씨는 ‘이모’로 불리는 등 이들 가족과 친하게 지냈다. C 군은 평소 학업에 충실하고 대인 관계도 원만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A 씨는 C 군이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본성이 나쁘다고 주장, B 씨에게 아들을 강하게 체벌할 것을 수시로 요구했다. 자신도 C 군을 폭행했다.

A 씨는 B 씨를 대신해 그의 딸 D 양을 고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A 씨는 친모가 딸 D 양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을 잡은 상태에서 커피 포트에 물을 끓여 가져와 등에 부었다. 지난해 11월~지난 1월 사이에도 D 양에게 잘못한 점을 노트에 적으라고 시키고, D 양이 이를 따르지 않자 커피포트로 만든 뜨거운 물을 발등에 붓고 한 시간 뒤 재차 등에 부었다. 2021~2022년엔 효자손으로 D 양의 손바닥을 때리거나 나무 막대기로 허벅지를 50~100회씩 쳤다. 현재 D 양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장기간 치유가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숨진 C 군은 2022년부터 하루가 멀다고 얻어맞았다. A 씨 말에 감화된 듯 친모가 일주일에 2~3번씩 나무 막대기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린 것이다. 친모는 아들이 A 씨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나자 자신도 화가 나 매를 들었고, 아들이 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며 때렸다. 한 번에 50~100회씩 때리는 일이 허다했다. 2023년 초엔 엉덩이, 허벅지를 100회 이상 맞은 C 군이 급성신부전증을 일으켜 한 달가량 병원 신세를 지도록 만들었다.

C 군 사망 당시에도 둘은 폭행을 모의했다. B 씨가 전화로 “아들을 죽자고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하겠다”고 하자, A 씨가 “묶어라. 주디(주둥이) 막고. 오늘 진짜 반 죽도록 패야 된다. 그냥 예사롭게가 아니라 정말 반 죽도록 패야 된다” 말하곤 집으로 찾아가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아들을 마구 폭행한 B 씨는 C 군의 허벅지와 무릎에 뜨거운 물을 붓는 등 말 그대로 고문까지 가했다. 결국 C 군은 지난 1월 4일 새벽 3시께 어머니 손에 어린 생을 끝내야 했다.

공소사실을 두고 A 씨 측은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통해 피해자로 하여금 우월적 지위에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썼으나 이는 재판부에게 유죄 심증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C 군에 대한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D 양에게 끓는 물을 끼얹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물을 부은 횟수와 같은 지엽적 사안을 두고 다툼을 예고했다.

친모는 뒤늦게 A 씨를 두고 “평소 아들이 불량하다는 인식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게 됐고,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A 씨 영향이 있었다”고 주장, 엄벌 탄원서를 냈다. 친모는 지난 7월 18일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며, 다음 달 23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