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선 없애고 보도·공원 등 확대
- 파리 시내 자전거도로만 1200㎞
- 공유시스템·대중교통 연계 효과
- 대표 15분 도시 ‘클리시 바티뇰’
- 공원 중심 3400개 집·시설 모여
- 도보로 대부분 생활 서비스 이용
- 부산 당감·개금권 1차 모델 추진
- 각종 행사통한 공감대 확대 계획
프랑스 파리에는 주거 업무 교육 여가 등 다양한 생활 요소를 도보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한 ‘클리시 바티뇰’ 지구, 버려진 도심 고가가 시민의 공중정원으로 재탄생한 ‘프롬나드 플랑테’가 있다. 세계인이 모여드는 도시인 파리는 어떻게 ‘15분 도시’를 구현했을까. 15분 도시 모델이 탄생한 파리의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에 그 실마리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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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주요 거리 중 하나인 리볼리가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 이유진 기자 |
■근접성 기반한 ‘소셜믹스’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파리의 ‘클리시 바티뇰’ 지구. 15분 도시 개념을 창안한 카를로스 모레노 소르본대학 교수는 15분 도시가 구현된 대표 지역으로 이곳을 꼽는다. 이곳은 20여 년 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두 지역을 가르던 옛 철도 부지는 축구장 14개에 이르는 10만㎡의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3400개에 달하는 주택과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마틴루터킹 공원을 둘러싸는 형태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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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 업무 교육 여가 등 다양한 생활권 요소를 도보권으로 접근하도록 개발한 프랑스 파리 15분 도시 대표 모델 ‘클리시 바티뇰’ 지구. 이유진 기자 |
이에 따라 클리시 바티뇰 지구 안에서 도보나 자전거를 통해 대부분의 생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공공 임대주택과 사무실 보육원 대형마트 등이 한데 모여 있어 근접성을 높인다. 특히 계층 간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곳에 들어선 주거시설은 임대주택 비율이 50%로 매우 높게 유지된다. 생태적 환경을 갖춘 마틴루터킹 공원에서는 책을 읽거나 러닝 테니스 등 운동을 즐기는 파리시민을 목격할 수 있었다.
모레노 교수 연구팀 소속인 한승훈 파리기업행정연구소 도시디자이너는 “날씨가 좋은 날 이곳에 오면 10여 가지의 스포츠가 공원 곳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며 “15분 도시는 서비스들이 복합적으로 묶여 밀도 높게 제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셜믹스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의 선행 사례가 된 파리지앵의 하늘정원 ‘프롬나드 플랑테’도 15분 도시의 근접성을 높인 아이디어로 꼽힌다. 버려진 고가 철도였던 이곳은 1993년 총 길이 4.5㎞의 고가 산책로로 개장했다. ‘식물이 있는 산책길’이란 이름처럼 프롬나드 플랑테는 거대 식물원을 연상시켰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어린이놀이터 잔디밭 주거시설이 모여 있고, 고가 아래 1.5㎞ 구간에는 장인공방 갤러리 등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상점들이 들어섰다. 지역 연결성 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한 프롬나드 플랑테는 이후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전거 우선, 도시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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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하도록 보행자 우선형 도로로 조성된 프랑스 파리 ‘학교 가는 길’. 이유진 기자 |
“파리에서는 차량보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입니다.” 파리에 20년 넘게 거주하며 운송업에 종사 중인 한인 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전거 친화 정책으로 차량 진입이 불가한 구간이 많고, 길을 둘러가면 결국 자전거 이용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파리 주요 거리 중 하나인 리볼리가는 6차선 도로 중 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파리시내에만 총 120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됐으며, 출퇴근 자전거 이용률이 차량 이용률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히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공유자전거 시스템(정거장)을 200m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해 시민이 주차 걱정 없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뒷받침한 정책이 시너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공유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연계해 이용하기 편하고, 파리시가 직영해 요금도 저렴하다. 파리시는 내년까지 모든 도로에 차도와 구분된 자전거 도로 구축을 추진한다.
부모가 거리에서 아이의 손을 놓아도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자 우선형 도로 ‘학교 가는 길’도 인상 깊다. 부모가 차량 대신 도보로 아이의 통학을 돕도록 하기 위해 차도를 없애고 보도와 녹지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현재 파리의 300여 개 학교 주변이 학교 가는 길로 조성됐다.
이 같은 이동 인프라와 함께 도시 ‘재배치’도 이뤄졌다. 캐서린 걀 파리기업행정연구소 총괄 책임자는 “파리가 15분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재분배를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거주지는 파리 안에, 사무실은 파리 밖에 있던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기업 본사들이 파리시내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직종에 국한되지 않도록 생산직 기술직 사무직 등을 균일하게 재배치했다”며 “파리뿐만 아니라 외곽 근교 등 3단계로 확장하면서 도시를 재구조화했다. 소르본대학도 본 캠퍼스 외에 파리 북쪽과 남쪽에 개설해 센터에만 모든 기능이 집중되지 않도록 재균등을 이뤄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접근성’ 세계적 공감대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시청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지속가능한 도시 근접성을 위하여’ 개회식에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15분 도시는 지속가능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도구다. 모든 시민은 개인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시가 15분 도시를 추진하는 이유다.
이날 진행된 시장급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탄소중립 등 세계적 이슈를 해결해 시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15분 도시가 중요하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 도시의 리더들과 이 같은 인사이트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 이탈리아 콜롬비아 콩고 폴란드 등 라운드테이블 참여국 7곳 가운데 아시아 도시는 부산이 유일했다. 이튿날인 5일 소르본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성 부시장은 부산이 추진 중인 15분 도시 앵커시설에 대해 설명, 신노년 공동체활동중심공간인 ‘하하(HAHA)센터’가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시는 부산진구 당감·개금권을 부산형 15분 도시 1차 모델로 추진, 300억 원을 투입해 선형공원과 보행자 우선 도로 등을 조성했다. 10, 11월에는 ‘살기 좋은 우리동네, 15분 도시 부산’을 콘셉트로 부산 전역에서 ‘15분 도시 체험 놀이터’ 축제를 연다. 토크 콘서트와 생활체육 등 시민 참여를 높이는 행사를 열고, 15분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