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변회도 법복 입자는 논의 거쳤지만
- “차라리 검사도 정장 입히자” 입장 선회
- 부산지법 “착용 법무부 규정…” 곤란 입장

국민참여재판에서는 검사가 법복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산지역 법조계를 중심으로 대두된다. 배심원 눈에 검사·변호사의 권위가 대등한 수준으로 비치게 하려면 양측 복장이 같아야 한다는 것으로, 처음에는 변호사 법복 도입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가 검사의 법복 미착용으로 방향을 틀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신임 검사 신고식 모습. 대검찰청 제공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변호사회와 부산지법은 최근 간담회를 열어 건의사항을 주고받았다. 논의 사항 중에는 법복 착용이 포함됐다. 국민참여재판 때 검사가 법복을 입지 않도록 지침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선 일반 시민인 배심원이 평결을 내린다. 그런데 검사는 법복을 착용하는 반면 변호사는 일반 정장을 입는다. 이렇게 되면 배심원이 검사 측 주장에 무의식적 권위를 느낄 수 있어 대등·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애초 부산변회는 변호사가 법복을 입자는 방향으로 이 사항 논의를 시작했다. 지역 한 판사가 ‘변호사의 법복 미착용이 검사와 대등하지 않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것이 발단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16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처음 안건으로 올린 부산변회는 변호사용 법복을 제작해 희망 회원에게 제공하고,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아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변호사는 판·검사처럼 법복을 입었다. 그러다 1966년 대법원이 ‘판사·검사·변호사 및 법원서기 복제규칙’을 폐지하면서 변호사 법복은 법모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현재도 변호사의 법복 착용을 제한하는 규칙 등은 따로 없으나, 정장 차림이 출정 복장으로 자리잡았다. 검사는 검정색 로브에 자주색 양단을 덧댄 법복을 입는다. 검찰 마크와 태극 문양을 조화시켜 만든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협의회에서는 ‘검사의 법복을 벗기자’는 역제안이 나왔다. 재판에서 권위는 판사에게 집중되면 충분하며, 이런 사정에서 무기대등의 원칙(검사와 변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려면, 검사도 변호사처럼 정장 등 일반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은 것이다. 2011년 서울변회에서 같은 목적으로 자주색 변호사용 법복을 제작해 국민참여재판 때 입기로 했으나 착용의 불편함 등으로 현장에 정착하지 못한 전례도 고려됐다. 협의회는 국민참여재판에 한해 검사도 법복을 입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제정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에 건의하도록 대한변호사회에 요청했다.

부산변회의 건의를 받은 부산지법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령 검사의 법복에 관한 규칙에 ‘검사는 법정에서 법복을 입는다’고 규정된 터라 법원이 임의로 법복 미착용을 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법원 검찰청이나 법무부에 문의해 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부산변회 김용민 회장은 “지법 차원에서 언급하기가 어렵다면 우리 측이 다시 대한변협에 요청해 대검찰청과 협의해 관련 지침을 고치도록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