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의 지방 분권화를 도모할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 향방이 내년 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요 지자체를 상대로 우선 순위를 따지는 연구 용역에 나설 계획을 세우면서다. 새 정부의 ‘경남 7대 공약’에 창원관 건립이 포함된 터라 지역사회에선 기대가 고조된다.

창원시. 국제신문 DB

26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4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운영 모델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수행 기관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 용역비는 1억 원이 투입됐다. 이는 지난 3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문화 향유 기회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고자 국립 시설 지방 유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로,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등 수도권에만 3곳이 몰려 있는 상태다. 중부권에 충북 청주관이 있지만 상설 전시보다 수장고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시설이다.

문체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미술관 분관을 산하 기관에서 법인형으로 전환하고, 건립과 운영 재원을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부담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잇단 분관 건립으로 안게 될 국가 재정 부담을 덜고 민원성 시설 유치에서 벗어나 미술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문체부는 오는 10월 나오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새 운영 모델을 확정한 뒤 내년 상반기 이를 반영한 ‘국립미술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이와 동시에 지자체별로 수요 조사를 거쳐 각 지역 시설의 건립 순위 등을 따지는 별도의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창원시가 있는 경남은 물론 경기 북부와 강원, 경북, 전남, 전북 등 6개 권역이 유치 의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가 내부적으로 이미 타당성 조사 등 일부 절차를 밟은 진주시 등도 용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분관 건립 계획을 담는 용역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 그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권역 단위에서 단계별 확충 계획을 담을지, 시 단위의 구체적인 건립 후보지까지 포함할지 등 구체적인 공개 범위는 용역이 끝나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지난 22일 장금용 시장 권한대행이 직접 문체부를 방문해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등 의욕을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과 함께 발표한 경남 7대 공약에도 지역별 공약 중 유일하게 창원관 건립이 포함된 상황이다. 앞서 시는 2017년에도 분관 유치에 나섰으나 당시 예정지로 거론된 마산해양신도시 부지가 국유지가 아닌 점 등이 발목을 잡아 2021년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 공약에 들어가 있긴 하나 현재로선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체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분관 건립을 현실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