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 구단 유사소송 줄이어 촉각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을 관리하던 재활 트레이너가 ‘구단 소속 근로자였는데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다른 구단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어떤 영향일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앰블럼. 롯데 자이언츠 제공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5단독 남재현 부장판사는 재활 트레이너 A 씨가 롯데 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구단이 자신의 퇴직금 1억2500만 원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에 나섰는데, 법원은 구단 측이 퇴직금 전액을 이자와 함께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통상 프로구단 트레이너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서 근로계약서 대신 업무위탁 계약서 등을 작성한다. 이런 사정에 퇴직금 같은 근로기준법상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A 씨의 일과는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일했다. 선수단 진료를 비롯해 부상 선수 재활훈련 치료·보조, 선수별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았다. 2군 소속일 때는 정해진 시간에 구단 트레이너실로 출근했다. 1군에서는 오후 1시께 경기장으로 나가 시합이 끝난 뒤 퇴근했다. 경기가 없는 날은 감독 등에게서 일정표를 받아 그에 맞춰 일했고, 비시즌엔 선수별 훈련 장소와 방법을 조사하거나 선수 병원 치료에 동행해 진료·수술 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

A 씨와 구단은 1년 단위 계약을 맺었다. 급여는 월급 형식으로 지급됐다. 계약 연봉은 해마다 일정한 수준 인상됐다. 2015년부터는 ‘감독·코치 계약서’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썼으나 업무는 종전과 같았다.

A 씨는 자신이 구단의 지시를 받아 트레이너 업무를 한 것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단 측은 A 씨가 근로자가 아닌 독립사업자로서 재활 등의 업무를 두고 위탁계약을 맺은 관계라고 반박했다. 재활과 같은 전문적 영역을 일반 사무직원으로 구성된 구단 측이 지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더했다.

남 부장판사는 A 씨가 구단 소속의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A 씨 업무가 전문적이더라도 자율보단 구단 지시에 의존했다고 본 것이다. 또 근무 시간·방식도 구단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다른 구단도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두고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이들과 상의해 여러 각도로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