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 120억 구비 투입 대형사업
- 이동 6분서 1분으로 단축했으나
- 승용·승합차만 통행 가능한 설계

부산 서구가 지난해 시공사 부도로 중단됐던 ‘망양로~보동길 간 연결회전식 도로’ 사업(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조감도)을 재개한 가운데 120억 원이 넘는 구비를 투입해 조성하는 도로에 승용(합)차만 다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4월 망양로~보동길 간 연결회전식 도로 건설 사업을 재개했다. 앞서 시공사 부도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중단했다가 새 시공사를 선정해 재개한 것이다. 준공은 2027년 2월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 120억 원을 전액 구비로 충당하는 이 사업은 산복도로인 망양로와 보동길을 빌딩 형태의 회전식 도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30ｍ가량 높이 차이가 있는 도로 두 곳을 4바퀴 반 회전하는 도로로 연결하는 구조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차장 진출입로에서 착안했다. 전국 공공 도로 가운데 이러한 회전식 구조는 이 도로가 처음이다.

구는 연결 도로가 개설되면 그동안 직선으로 70ｍ에 불과한 거리를 1.4㎞ 이상 돌아가야 했던 주민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차량 이동 시간은 종전 6분에서 1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엘리베이터와 계단도 설치해 보행자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기반시설인 공공 도로임에도 승용(합)차만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애초 설계 기준을 승용(합)차로 세웠고 적재 중량이 1ｔ 이상인 소형 트럭부터는 기준 초과로 무게를 버틸지 미지수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현재는 전국 최초로 도입하는 방식이라 기술 한계 등으로 설계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설계 기준을 벗어나는 차량은 진입을 제한할 계획이다”며 “전국 최초의 시도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조처다”고 말했다.

심지어 총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 사업이 구 자체 투자 심사를 통과한 2022년 11월에 비해 3년 새 공사비가 약 3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총사업비 전액을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 부담하는 20억 원 이상 사업에 해당해 구 자체 투자 심사 대상이다. 처음 시공사와 계약 해지 당시 공정률은 0.5%에 불과해 이제 첫 삽을 뜬 수준으로, 구는 공사 도중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서 막대한 예산 투입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수요 추정과 입지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거쳐 사업 시행 가능성을 더욱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의회 황정재 의원은 “사회기반시설인 공공도로를 만들면서 승용(합)차만 다닐 수 있도록 하는데도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것은 모순이다”며 “전국 최초라는 명성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