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한달 전 발생한 ‘괴물 호우’ 피해액을 5177억 원으로 확정하고, 1조1947억 원 규모의 복구 계획을 세웠다. 공공시설의 방재 기능을 구조적으로 개선해 재발을 막고, 실질적인 지원 확대로 도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도모하는 게 핵심이다.

19일 경남도청에서 박명균 도 행정부지사가 한달 전 발생한 집중 호우 피해 복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19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16~20일 정체전선 영향으로 산청·합천 등 서부 내륙권을 중심으로 평균 280㎜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관측 지점 기준으로 이 기간 산청군 시천면의 누적 강수량이 798㎜를 기록하는 등 산청군에 632㎜의 호우가 집중됐다. 이로 인해 산청군에서만 사망 14명, 실종 1명, 중상 4명 등의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이와 함께 17개 시군에서 6030세대, 7879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산사태와 사면 유실, 하천 범람, 도로 파손 등 공공시설 피해가 발생했고, 주택 침수·농경지 피해 등 사유시설 피해도 컸다.

도는 정부와 합동조사를 벌여 이런 재산 피해를 총 5177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02년 태풍 ‘루사’(1조9000억 원), 2003년 태풍 ‘매미’(3조2000억 원) 이후 22년간 발생한 자연재난 피해액 중 가장 큰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산청군 3271억 원, 합천군 1084억 원, 하동군 232억 원 등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공공시설 3446억 원(2602건), 사유시설 1731억 원(1만6086건)으로 조사됐다. 도는 최근 도로와 상하수도, 유무선 통신·전기 등 주민 생활에 필요한 공공시설의 임시 복구를 완료했다.

도는 앞으로 국비 9771억 원을 포함한 1조1947억 원을 들여 복구 사업을 본격화한다. 우선 산청 양천 등 16개 지방하천을 대상으로 4273억 원을 투입해 하천 폭 확장, 제방 보강 등을 진행한다. 사방댐 설치, 사면 안정화 등 항구적 안전시설 확충에 중점을 둔 959억 원 규모의 산사태 복구 사업도 벌인다. 땅밀림 현상으로 마을 전체 지반이 내려앉은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은 305억 원을 들여 마을과 800ｍ 떨어진 1만5000㎡ 부지에 13세대 16명이 거주하는 이주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근 길이 1.7㎞ 군도 신설, 소하천 정비 등이 병행된다.

주택이 모두 소실된 가구에는 기존 정부지원금(2200만~3900만 원)에 더해 6000만 원을 추가 지원하고, 이와 별도로 풍수해보험 가입자에게는 3200만 원을 지급한다. 또 수박, 오이, 딸기 등 피해가 큰 10개 농작물과 떫은 감, 고사리 등 8개 산림작물의 지원 단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지원율도 50%에서 100%로 높인다. 여기에다 폐사한 가축·수산물에 대한 입식비 지원율을 50%에서 100%로, 농기계 전 기종 지원율을 35%에서 50%로 상향한다. 소상공인 피해 복구 지원금도 기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린다. 박명균 도 행정부지사는 “신속한 설계 및 행정절차 이행을 통해 복구 공사를 조기에 착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