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지 등 출몰, 도로서 난폭운전
- 경찰 “자전거 아닌 車에 해당”
- 조치 없는 부모까지 처벌 대상
- 일각선 “촉법소년, 효과 없다”

제동장치가 없어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에게 큰 위협이 되는 픽시자전거를 두고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자전거 난폭운전으로 골머리(국제신문 4월 2일 자 8면 보도)를 앓는 부산 강서구 등이 관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청은 픽시자전거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 위반 행위를 막기 위해 계도와 단속을 강화한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법률 검토를 통해 픽시자전거가 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픽시자전거는 바퀴마다 제동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관련 법령상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동차나 원동기로 보기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경찰은 이 자전거를 탈 경우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운전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위반 시 안전운전 의무위반으로 적극 단속할 예정이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즉결심판 청구 대상이지만, 18세 미만 아동은 부모에게 통보하고 경고 조치한다. 부모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방임행위로 보호자가 처벌될 수 있다.

강화된 단속 조처는 지난달 서울의 한 내리막길에서 픽시자전거를 탄 중학생이 제동하지 못하고 에어컨 실외기와 충돌, 치료 중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자전거 피해 신고가 끊이지 않는 강서구 등 부산 전역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 난폭운전 관련 112신고가 지난 6·7월 각각 77건, 76건으로 두 달간 153건이 접수됐다. 부산진구가 14건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 11건 해운대 9건 순이다. 특히 넓은 도로 및 인도 등이 잘 갖춰져 있는 강서구 명지동 국제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112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강서경찰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4월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민·관·학 간담회를 열었고, 강서구는 지난 3월과 최근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5곳 주변에 안전 현수막을 부착한 데 이어 내달 중순께 시교육청 등과 함께 안전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목격담이 잇따른다. 버스 기사라고 밝힌 A(40대) 씨는 게시글을 통해 “버스를 운행하다 도로 위에서 자전거로 기교를 부리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놀란다. 자칫 브레이크를 잘 못 밟아 자전거를 치는 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픽시자전거를 타는 학생 대부분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이어서 단속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만 14세 미만은 통고 처분과 즉결심판 청구 대상이 아니어서 가정과 학교 내에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부산경찰청에서도 일선 서에 픽시자전거 사고 발생 시 즉시 보고를 요청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자전거연맹 정기조 전무이사는 “픽시자전거는 제동장치가 없어 선수들도 경기장에서만 탈만큼 위험하다”며 “SNS 등을 통해 관심을 받자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타는 데 자격증이 있어야 탈 수 있게 하는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