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의 부산 법원 정문 앞 거리에서 생방송 중이던 경쟁 유튜버를 살해한 50대 유튜버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경찰에서 부산지검으로 송치될 당시 홍모 씨. 국제신문 DB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보복살인)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57)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9일 오전 9시50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생방송하고 있던 유튜버 A(50대)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홍 씨가 자신을 상해한 혐의로 열린 재판에 피해자 진술을 하고자 법원으로 가고 있었다. A 씨는 홍 씨가 자신을 해할 수 있다고 여겨 생방송을 켰는데, 머잖아 그를 기다리던 홍 씨로부터 흉기로 공격당했다. 당시 A 씨가 촬영용으로 쓴 휴대전화를 떨어트려 피습 장면은 중계되지 않았지만 그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등의 음성은 그대로 송출됐다. 홍 씨는 렌터카를 빌려 흉기를 준비해 법원 앞에서 A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경쟁 관계였다. 홍 씨는 과거 조직폭력배 시절 이야기 등을 소재로 방송해오다 콘텐츠나 구독자가 겹치는 유사 채널 유튜버인 A씨와 갈등을 겪어 왔다. 2023년 7월에는 A 씨가 홍 씨와 홍 씨의 전 여자친구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상호 조롱과 비방 방송 등이 반복되며 관계가 악화했고, 이후 20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범행 뒤 경주로 도주한 홍 씨는 체포 직후 자신의 유튜브에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경주에서 검거됐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 씨는 살해 고의가 없는 우발행동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상해 사건과 관련해 수사단서 제공, 자료 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 등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강한 분노와 보복 감정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 씨는 수사기관에서 “이 벌레를 죽인 것, 악귀라고 표현해 주십시오. 이놈을 죽인 것에 대해서도 일말의 미안함이 없습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홍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홍 씨는 1심 선고 때 재판부를 향해 박수를 치며 “감사하다”고 말하거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자신의 구속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항의하며 검사에게 욕설하는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지칭하는 듯 “윤석열이만 되는 거야”라고 고성을 지르는 등 기행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