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김해 돗대산 참사’를 연상하는 초근접 비행 사고가 최근 발생한 가운데 경남 김해시가 정부를 상대로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공항 ‘선회 접근’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김해시 제공

홍태용 김해시장은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공항 항공기 이착륙 때 시도되는 ‘선회 접근’(서클링 어프로치)의 구조적 위험성을 알렸다.

이는 지난달 25일 오후 6시50분 대만발 중화항공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정상적인 선회 경로를 벗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승객 150여 명을 태운 여객기는 남해고속도로 남측 비행이 아닌 돗대산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2차례 시도 끝에 착륙했다.

다행히 인명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산봉우리 700ｍ, 지상과 160ｍ 거리까지 접근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2002년 중국 민항기가 충돌한 지점과 불과 1㎞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홍 시장은 “돗대산 선회 접근은 계기 비행이 아니라 조종사가 활주로와 주변 지형을 시각적으로 직접 확인해 착륙하는 시계 비행으로 진행된다”며 “조종사의 실수로 선회 반경과 경로가 조금만 벗어나도 돗대산 또는 인근 공동주택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3년이 지났지만 이런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2016년 조종사 설문조사 결과 72.7%는 김해공항 안전성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했고 안전 위협 요인으로 80.8%가 돗대산과 신어산 등 산악 장애물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시는 소음 피해와 항공 재난 예방을 위해 여러 차례 활주로 연장과 항로 변경 등을 건의했으나 공군에서는 개선 효과 미비, 군사작전구역과 항로별 운영 고도 제한으로 어렵다고 답변할 뿐”이라며 “국토부와 국방부, 공항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돗대산 선회 비행의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