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이른 폭염에 주말엔 대기줄
- 부산 전역 아직 101곳 성업 중

“때 이른 폭염이 영 나쁘지는 않아요. 덕분에 저희 업종은 한 달 빨리 성수기를 맞았거든요. 일주일에 세 번 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바빠요.”

지난 8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한 영양탕 가게 안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창훈 기자

지난 8일 저녁 시간대 부산 북구 구포시장 내 한 영양탕 가게. 8년째 영업 중인 사장 김모(50대) 씨는 들이닥치는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점심 장사가 끝나면 으레 텅 비던 식당이 저녁 시간이 되기 무섭게 18개 테이블 모두 손님으로 꽉 채워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자리마다 국밥 한 그릇이 놓였고, 이곳저곳에서 “소주 한 병”을 외치기도 했다.

김 씨는 “식당 손님의 80%는 단골손님인데 요즘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삼삼오오 방문하는 새로운 단체 손님이 늘었다. 주말이면 영업 전부터 어르신들이 가게 앞으로 몰려드는 ‘오픈런’ 사태까지 벌어진다”며 “아무래도 날이 더울수록 손님이 더 몰려드는 것 같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른 폭염이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기록적인 무더위에 영양탕 가게마다 어르신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때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도축업이 성행했던 구포시장 내 영양탕 가게는 대기 줄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2019년 북구가 도축업자를 대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며 구포개시장을 폐쇄했지만, 이곳에 포함되지 않은 3, 4곳의 가게는 성업 중이다.

불볕더위와 함께 2년도 채 남지 않은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도 보신 수요를 자극한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7년 2월부터 영양탕 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돼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놔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령층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관련 영업장 등은 사라지는 추세로,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양탕 가게와 도축장은 각 101곳, 14곳으로 모두 2027년까지 폐업 또는 전업하겠다는 이행계획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행계획서상 지난해 영양탕 가게 2곳이 직종을 바꿨고, 5곳은 문을 닫았다. 올해는 1곳 폐업, 2곳 전업 계획이다.

이날 가게에서 만난 박모(80대) 씨는 “여름철마다 기력을 회복하려고 먹어 왔는데, 내후년부터는 못 먹게 된다니 아쉽다”며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없어질 음식인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는 게 맞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