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속을 노려 아버지를 살해해 기소된 한편 친형까지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국제신문 지난 4월 1일 자 6면 등 보도)이 첫 재판에서 아버지 살해 사실만을 인정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19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0대) 씨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그는 지난 3월 26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 B(60대)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채무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2022년 8월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이 일로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해 별다른 수입 없이 생활하며 은행·신용카드 채무에 쪼들렸다. 그러다 그는 작고한 어머니가 친형 C(40대) 씨에게 남긴 부동산인 부산 동래구 명장동 한 맨션을 탐내게 됐다. C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사망하면서 자신에게 이 맨션이 넘어올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B 씨의 상속권 포기가 우선돼야 했다. 민법 개정안(일명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은 터라, 해당 맨션의 1순위 상속권자는 그가 아닌 친부 B 씨로 상정되기 때문이다. A 씨는 형의 재산을 상속받고자 B 씨를 찾아갔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형이 주식과 코인 투자로 빚이 많고 아파트도 날렸다”고 거짓말하며 상속권 포기를 유도했다.
그러나 B 씨는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 A 씨가 형의 사망과 장례를 알리지 않은 데 화가난 것이다. A 씨가 마지막으로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지난 3월 25일에는 “네가 형을 죽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A 씨는 다음 날 잠든 아버지를 깨워 흉기를 휘둘렀고, 도망하는 아버지를 쫓아가 끝내 살해했다.
검찰은 A 씨가 친형 또한 살해했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벌인다. 그는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C 씨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서울 한 경찰서에서 불구속 입건돼 조사받고 있었다. 그러다 부산의 사건으로 구속됐는데, 조사 도중 자신이 형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진술받은 살해 방식과 앞선 사건을 대조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한 경찰은 친족 연쇄 살인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A 씨는 자백을 뒤집고 친형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A 씨 측 소송대리인은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건(C 씨 강도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