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0 총선에서 부산 북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명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앞두고 회사 대표의 지시로 ‘박수 부대’를 모집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회사원이 항소심에서 구제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대) 씨에게 벌금형을 내린 원심을 깨고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3월 14, 15일 정 후보 개소식에 참석할 아르바이트원을 모집하고자 인터넷에 구인 공고를 올리고 39명에게 2만 원씩 일비를 주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부산 동래구의 한 광고대행사 직원으로, 이는 회사 대표 B 씨에게서 받은 지시였다. B 씨는 정 후보 측 인사 C 씨와 친분이 있었다. 그 해 3월 16일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사흘 앞둔 13일 C 씨는 B 씨에게 “개소식에 많이 오면 좋겠다. 사람을 많이 모시고 와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이 몰려 개소식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을 연출하고 싶으니 30명 정도를 구해달란 취지였다.

부탁을 받아들인 B 씨의 지시로 A 씨는 같은 달 14일 ‘북구 행사장에 서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며 일급 2만 원을 건 모집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 씨는 행사 내용을 ‘선거 개소 행사’, 하는 일을 ‘선거 나오는 후보 박수나 호응만 해주시면 됩니다’고 적어 소개했다.

이 일로 A, B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상 규정에 의한 수당·실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명목을 불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을 제공·약속할 수 없다. A 씨는 “회사 대표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이뤄진 행위가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B 씨 또한 벌금 500만 원에 처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표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일 뿐 선거의 공정을 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이 경우 2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형 자체가 면소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