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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손 떠는데 잘 찍었을까” 애먹는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인들

선거 참정권 사각지대

  •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   입력 : 2025-06-03 23:00:0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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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혁 씨 투표는 누나가 도와
- 보조인 동행 여부는 현장 재량
- 읽기 어려운 공보물 아예 못 봐

- 중증은 낯선 환경에 불안감 커
- 권리보장 받기 위한 소송까지

발달장애인의 투표를 위한 권리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사자들이 소송까지 내는 등 법제화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산의 발달장애인들도 투표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투표 보조인의 동행 여부가 현장의 재량에 따라 판단돼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오전 발달장애인 주재혁 씨가 부산 부산진구의 한 투표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마친 뒤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3일 오전 9시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앞. 발달장애인 주재혁(28) 씨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아침 일찍 누나 유진(29) 씨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도보로 5분 거리 학교에 재혁 씨의 투표소가 있지만, 변화에 민감한 발달장애인 특성상 가까운 거리의 투표소를 찾을 때도 마냥 편하진 않다.

투표소에 도착한 재혁 씨의 상황을 들은 투표관리관은 보호자의 보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스스로 참여하겠다고 한 만큼 그는 직접 모든 절차를 거쳤다. 신분 확인부터 투표 안내, 본인 확인까지 거쳐 투표지를 받아 든 그는 무사히 투표를 끝냈다. 그는 “다음부터는 혼자 와서도 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재혁 씨의 투표는 순조로웠지만, 난항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자가 너무 많아 기표소의 투표 용지만으로는 그들을 식별하기 어려웠던 그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후보자의 공보물 역시 어려운 단어 등이 나오면 읽기 어려웠다. 재혁 씨는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공보물을 보지 않고 투표에 나섰다. 유일한 보호자인 누나는 “기표소 안을 볼 수 없어 도장을 잘 찍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발달장애인은 손 떨림이 심하니 투표용지의 칸이 작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불안함을 나타냈다.

이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은 발달장애인은 무탈하게 투표를 마치기도 하지만 ‘중증’으로 분류되는 이는 여전히 참정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날 낮 12시께 발달장애인인 20대 아들과 함께 금정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김석주(55) 씨는 “새로운 장소 등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감이 상당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보호자 동행이 필요하지만 투표 보조인 제도가 아직 미비하다”며 “외관상 장애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발달장애인은 불편한 상황 때문에 아예 투표를 회피하는 이도 정말 많다”고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체 또는 시각장애인은 투표 보조인과 동행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은 명시된 바가 없다. 신체적으로 투표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투표 보조가 가능하나, 이는 각 현장에 있는 선거사무원의 판단과 재량에 달려 있어 혼선을 빚기도 한다.

기표소 내 동행은 문턱이 더 높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한 발달장애인 2명이 기표소 동행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임시조치 당사자 2명만 해당하며 모든 발달장애인이 가능하다는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선관위 항소로 관련 소송의 2심이 진행 중이다

김석주 씨는 “의사 소통을 돕는 보호자 1인과 함께, 발달장애인의 결정권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공적 조력인 1인이 동시에 보조하도록 법제화 되기를 바란다”며 “정보 습득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들어진 공보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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