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어지러울수록 오직 국민만 생각하던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23일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는 시민들. 김용구 기자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6주기인 23일 오전 9시 서울에서 온 이한준(43) 씨가 김해생태농업단지 내 농로를 따라 봉하마을을 향해 걸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정치인들과 달리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싫은 소리도 듣는 인품을 가진 분이었다”며 “서거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을 기리고자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면 환히 웃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추도식은 오후 2시에 엄수됐으나 이른 시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산일반산단 1500면, 금봉교차로 200면, 더봉하센터 50면 등 노무현재단 측이 마련한 임시 주차장을 비롯한 주변 곳곳은 정오가 되기 전에 대부분 차량이 들어섰다.

추모객들은 행여나 안전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경찰 통제를 받으면 질서정연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 진입부 등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바람개비와 리본 등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마을회관과 묘역 중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가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평택에서 처음 방문했다는 오봄(54) 씨는 “밤새 벅차서 잠을 5시간도 못 잤는데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며 “생전에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같은 공간에서 숨결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울먹였다.

묘역 앞 헌화대에는 추모객이 분향하며 놓아둔 국화가 가득했다. 헌화대 왼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자리를 채웠다.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너럭바위 앞에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고개를 숙이며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모친, 딸과 함께 충남 천안에서 온 우희진(43) 씨는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민주주의 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체험학습을 왔다”며 “민주적이고 소탈했던 대통령이 그립다”며 말끝을 흐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용구 기자

이날 오전 대선 후보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만난 뒤 묘역 앞에서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직후 그는 취재진에 “정치는 공존과 상생,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통합을 이루는 것이 본질이지만 요즘 상대를 제거하는 분열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정치의 희생자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 보니 어려운 작은 당에서의 정치를 선택했을 때 마음을 잘 알 것 같다”며 대선 완주의 뜻을 내비쳤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가 슬로건인 16주기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엄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