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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떠나지 못한다" 수영만요트경기장 길고양이 보호, 법 아닌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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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의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10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정작 부산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구조 조치에 난색을 보이며, 생명 보호보다는 행정 해석에 방점을 두는 소극적 태도로 시민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동물이지만, 결코 ‘아무의 책임도 없는’ 동물은 아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낡은 현 요트경기장을 해양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사업자로 참여한 아이파크마리나는 이달 말 착공해 202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그런데 요트경기장은 바다와 왕복 6차선 도로로 둘러싸인 사실상 ‘고립지’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 길고양이들이 스스로 이 곳을 벗어날 수 없다. 도심 내에서 길고양이가 이주할 수 있는 거리와 경로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결국 이는 생명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9일 부산시 반려동물과,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에 앞서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놓고 동물학대방지협회와 인근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공사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 부산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동물보호조례 제12조는 ‘시장은 도시정비구역의 유실·유기동물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구조하고 임시보호소를 설치하여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 해석을 놓고 일부에서는 요트경기장은 도시정비구역에 해당되지 않으며 길고양이 또한 유실·유기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 놓고 있지만, 주민들은 입법 취지를 협소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수영만요트경기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이다.
해운대구는 지역 조례를 통해 ‘길고양이 이주·돌봄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부산 최초로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 매뉴얼’을 만들어 재개발 구역 내 생명 보호 방안을 구체화한 바 있다. 매뉴얼은 동물의 구조, 급식소 이전, 포획 및 이주, 생태통로 설치 등을 포함해 재개발 과정에서의 구체적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요트경기장에 이 지침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2024년 발표한 ‘동물 공존 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의 ‘동물 이주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관련 조례 개정과 실태조사를 추진해 가고 있다. 이는 2020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당시 200여 마리 길고양이의 보호 필요성이 불거진 데 따른 제도적 대응이었다. 서울시는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동물권 보장이 곧 인권 보장이며, 동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도시와 공존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서울시의 사례는 재개발 과정에서도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틀이 충분히 마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의 조문보다 해석의 의지다. 법령이 미처 닿지 못한 영역은 행정의 창의성과 책임이 메워야 할 영역이다. 실제 부산에서도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길고양이 생존권에 대한 토의와 이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된 사례가 있다. 온천 4구역 재개발 재건축을 앞두고 2019년 3월 부산광역시의회 해양교통위원회(현 해양도시안전위원회)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 그해 7월 길고양이 케어센터 개소식을 가지고 공사 전 길고양이들을 포획 이주시킨 바 있다.

지난 9일 회의에 참석한 동물학대방지협회(동학방) 김애라 회장은 “부산시가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행정지도를 하고, 사업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 시행자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길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 석진희씨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고양이들이 바다로 뛰어들거나 인근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 당할 수 밖에 없다며, 공사 전 고양이들의 이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고양이들 임시 거처가 마련되면 고양이들에 대한 급식과 보호는 주민들이 맡아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부산시 반려동물과,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동물학대방지협회와 인근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 김애라 회장(왼쪽)과 주민들이 행정당국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동물이지만, 결코 ‘아무의 책임도 없는’ 동물은 아니다.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수영만요트경기장을 단순한 철거 예정지가 아닌,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길고양이의 안전한 이주와 보호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생명 존중 도시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주민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법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적 책임”이다라며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해 사업시행 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19년 7월 부산광역시의회, 동래구, 동래구의회, 동물활동가 등이 길고양이 보호 문제가 제기된재개발 재건축 지역중 한 곳인 온천 4구역에서 온천냥이 케어센터 개소식을 가지고 길고양이 문제에 적극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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