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거 퇴소·수질검사 등 진행 중
- “준비 덜 된 채 개교, 학생 피해”

부산시교육청이 야심차게 개교를 추진한 부산해군과학기술고등학교의 기숙사(사진)에서 입소 3주 만에 수돗물에 녹이 섞여 나와 학생들이 피부 가려움을 호소하는 등 피해가 확산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학부모의 원성도 커진다. 교육청과 학교 측은 수질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대체 기숙사를 물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20일 부산해군과학기술고 1학년 학생 전원(95명)이 생활하는 기숙사 샤워장과 세면대에서 녹물과 녹색가루가 나오는 것이 발견됐다. 문제는 지난 3월 조선기자재 특성화고였던 해운대공고가 전환 개교한 부산해군과기고는 해군부사관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을 권장한다는 점이다. 신입생을 모집할 때도 기숙사를 지원한다고 홍보, 다른 지역 학생 12명도 입학했다.

이 학교는 아직 자체 기숙사가 없어 국립부경대 용당캠퍼스 기숙사를 빌려 쓰고 있다. 부경대 기숙사로 쓰이던 이 건물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1, 2022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되다 약 2년간 비어 있었다. 이후 해군과기고와 2년 계약을 맺어 학교 기숙사로 활용하게 됐다.

신학기 시작 후 3주 만에 녹물 사태가 터지자 학교 측은 다른 지역 학생 12명 등 2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을 퇴소 조치했고, 국립부경대가 기숙사 배관 보수 공사를 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1학년 학생 전원이 기숙사로 복귀했으나, 재입소 당일 또다시 녹물이 나왔다. 이에 30여 명을 제외한 학생은 다시 퇴소해 통학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피부 가려움을 호소, 병원 치료를 받았다. 장거리 통학 등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남은 학생들은 학교의 샤워실과 인근 목욕탕 등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는다.

교육청과 학교는 국립부경대에 기숙사 수질 검사를 의뢰한 상태로, 그동안 학생들이 지낼 만한 대체 기숙사를 물색하고 있다.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시설을 대체 기숙사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곳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는 군 시설이라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인식 부산해군과기고 교장은 “학부모 설명회를 열어 사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빠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자체 기숙사 건립에는 4,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학교는 공사 기간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는 모듈러형 기숙사 건립을 구상 중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미흡한 준비로 급하게 개교하면서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학부모는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이 매우 아쉽다. 전체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앞으로도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